‘올해 경제성장률 3% 확실시’, ‘3년 만에 무역 1조 달러 가시화’, ‘국민소득 3만 달러 내년엔 무난’. 연말을 앞두고 이처럼 국내 경제지표 곳곳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일자리를 찾고 있는 청년들이 느끼는 매서운 고용 한파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1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9년보다 높았다.
경기와 고용 시장의 괴리에는 경기 상황이 뒤늦게 반영되는 고용지표의 특성, 대·중소기업 간 격차 등 구조적인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취업준비생이 대거 ‘안정적인’ 공무원시험에 몰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취업원서를 내는 순간 통계상으로는 취업준비생에서 실업자로 신분이 바뀌기 때문이다.
○ “결국 좋은 일자리가 관건”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 실업률은 9.2%로 집계됐다. 이는 실업자 기준을 ‘구직기간 4주’로 바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8.8%)보다도 0.4%포인트 높다.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1.4%로 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수출, 성장률, 소득 등 지표가 나아지는데도 이처럼 청년실업률이 치솟는 것은 구조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우선 실물경기 개선 효과는 고용지표에 시간차를 두고 반영되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소한 6개월은 지나야 그 효과가 고용시장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도 청년실업 문제를 키운 요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으로 일컬어지는 300인 이상 기업의 월 임금 총액은 495만4000원인 반면 300인 미만 기업은 251만 원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월 임금 총액에는 급여, 성과급 등이 포함됐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청년실업은 경기가 안 좋아 생기는 문제라기보다 워낙 좋은 일자리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중소기업 간 성과공유제 등을 통해 격차를 줄여나가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대 후반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일자리 경쟁을 치열하게 만든다. 김이한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출생률이 비교적 높았던) 베이비붐 세대 자녀들이 20대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활발히 구직활동에 나서면서 취업자와 실업자가 같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공무원 인기도 실업률 상승 요인
정부의 공무원 추가 채용도 역설적으로 청년실업률을 끌어올린 요인이 됐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지방직 공무원 추가 채용에 응시하는 청년이 많았던 것도 실업률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통계에서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았던 취업준비생이 원서를 내며 대거 실업자로 포함된 것이다. 실제로 10월 20∼27일 지방자치단체들이 진행한 추가 채용 응시자 16만4000명 가운데 청년이 9만6000명이나 됐다.
내수 회복세가 아직까지 청년이 많이 유입됐던 산업에까지 이어지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숙박 및 음식점업’의 경우 전체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만8000명 감소하며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도 지난달 1만6000명 줄며 7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 두 산업은 제조업과 함께 대졸, 고졸 청년들이 가장 많이 취업하는 분야다.
한편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2684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25만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두 달 연속 20만 명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2월, 올해 1월 이후 처음이다. 경기 흐름이 좋아지는데도 이 같은 모습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펴낸 보고서 ‘2017년 노동시장 평가와 2018년 고용전망’에서 개선되는 경기 흐름에도 불구하고 내년 연평균 취업자 수는 올해 예상치보다 8.6% 감소한 29만6000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연구원은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세가 본격화되는 것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