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감동경영]新기술 공정수용 ‘도공기술마켓’… 도로혁신의 교두보 역할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5일 03시 00분


한국도로공사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경부고속도로. 한국도로공사 제공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경부고속도로. 한국도로공사 제공
정부부처와 공기업의 화두는 언제나 ‘혁신’과 ‘청렴’으로 귀결된다. 최근 한국도로공사는 불투명했던 기존 신기술 시장에 공식적인 일원화된 창구를 개설함으로써 혁신과 청렴의 시너지를 이뤘다. 그간 빛을 보지 못했던 기술들이 공정하고 체계적으로 등록되는 시장. 올해 6월 운영을 시작한 ‘도공기술마켓’의 이야기다.


누구에게나 열린 플랫폼, 도공-기술자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다


도공기술마켓은 한국도로공사의 자성적 목소리에서 시작됐다. 기술력보다 영업력이 높은 자가 과점적 시장지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기존의 신기술 시장은 도로산업의 정체를 가져왔다. 이제 민간의 우수한 기술들이 제한 없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도공 역시 많은 기술을 체계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해 신기술 유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바로 ‘On-Line 비대면 플랫폼’이다.

도공기술마켓은 민간에게는 어렵고 복잡했던 접근경로를 일원화된 창구를 통해 단순화하고 체계화했다. 온라인 비대면 플랫폼을 구축하여 포털을 통해 접수부터 사용까지 신기술 활용의 모든 절차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했다. 도공기술마켓은 세 가지 코너로 구성된다. 민간이 보유한 신기술을 자유롭게 제안하는 ‘기술추천’, 도공이 필요한 신기술을 외부에 공모하고 제안 받는 ‘기술공모’, 단체·개인이 신기술을 제안하고 도공이 이에 대해 연구개발(R&D) 추진을 검토하는 ‘기술R&D’이다.

올해 시범운영 기간, 6월에서 8월까지의 짧은 접수기간에도 반응은 뜨거웠다. 시장 진입의 문턱 앞에서 늘 좌절했던 민간기업과 개발자들은 도공기술마켓의 등장에 반갑게 화답했다. 총 218건의 신기술 접수 건수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도로공사 도공기술마켓 포털사이트.
한국도로공사 도공기술마켓 포털사이트.
공정한 시장 구축부터 일자리 창출까지, 첫해 가시적 성과

도공기술마켓의 가장 큰 성과는 자기 진단을 통해 도공과 기술개발자의 동반성장이 가능한 플랫폼을 계획했고, 그를 현실화했다는 것. 민간이 보유한 기술을 손쉽게 홍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공동 R&D까지 가능한 유통망은 도공기술마켓이 유일하다. 신기술 발굴에 어려움을 겪었던 도공 역시 많은 신기술을 접할 수 있고 검증된 신기술 데이터 확보로 도로기술 혁신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 번째는 청탁의 고리를 근절했다는 것이다. 신기술 도입 창구를 일원화하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 검증된 기술만을 등록하고 활용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열린 산업구조의 오픈 플랫폼 구축으로 공공기관의 청렴문화를 정착시켰으며, 이를 민간에까지 공유·확산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민관자율협력의 새 모델로서의 역할도 크다. 중소기업이 건설업계 99%를 차지하나 현실은 상위 2%의 대기업 중심이었던 시장구조에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온 것. 중소기업들이 보유한 기술로 자체 시장을 형성해 독자적인 성장 토대를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시장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자연스럽게 일자리 창출 효과로도 이어졌다. 시행 첫해인 올해 도공기술마켓을 통해 우수한 178건의 기술, 126개 기업이 건설시장에 진입했으며 이를 통해 480여 개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중소기업 기술개발 건당 평균 3.8명 고용증가·2013년 중소기업청). 이와 같은 추세로 보면 기술마켓을 통해 향후 매년 400여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내 정규플랫폼 오픈, 올해 성공은 시작일 뿐


도공기술마켓은 오픈을 앞두고 있는 정규 플랫폼(market.ex.co.kr)을 기반으로 구조와 프로세스를 재정비하며 2018년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먼저 견고한 심사와 신기술 활성화를 위해 ‘신기술 심의위원회’를 신설했다. 새로 마련한 신기술 심의위원회는 내·외부 기술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되었으며, 접수된 신기술을 검증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제안한 기술자 및 기술에 대한 조언, 발전방안 등 핵심적인 자문을 통해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또한 기술 중심의 시장 조성에 따른 일자리 창출효과를 미리 예측하고, 민관 자율협력 R&D 및 각종 지원을 통해 새로운 영역에서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한국도로공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신기술 도입을 활성화하고 우수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정체되어 있던 도로 산업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것. 현재 진행 중인 서울∼세종 고속도로 첨단화를 시작으로, 앞으로 시행할 건설·시설 개량사업에 기술마켓을 통해 발굴한 우수 신기술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신기술 사용 활성화로 안전하고 편리한 고속도로를 제공해 국민행복에 기여하고, 낙후돼 있던 도로산업을 매력적인 첨단산업으로 변화시키는 것, 이제 막 시작한 도공기술마켓의 청사진이자 가장 큰 목표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도공기술마켓#일자리 창출#민관자율협력#정규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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