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난 지인은 국산 디젤차 구입을 뒤늦게 후회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엔진소음이 심해져가는 자신의 차량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라고. 결국 그는 다음번 새 차 구입목록에 디젤차는 완전히 지워버렸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디젤차를 선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연료효율성이 좋고, 뛰어난 동력성능을 발휘할 것이란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디젤차는 엔진구조상 소음과 진동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 출시한 차량들은 이 같은 취약점을 거의 느끼지 못하도록 보완해서 나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문제점이 드러나곤 한다.
특히 많은 탑승자와 짐 싣기 유용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택하는 차주들은 디젤차 외엔 대안이 없었다. 그러나 완성차업체들이 잇달아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SUV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시장에는 다양성이 확보되기 시작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지난 9월 QM6 GDe(가솔린 모델)를 선보이고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QM6는 현재까지 순항 중이다. QM6 GDe는 출시 후 첫 달 1426대, 지난달에는 1728대 판매되며 입지를 확고히 했다.
최근 국내 가솔린 SUV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신형 QM6 상품성을 직접 파악해봤다. 주행코스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서 안양, 판교 등 수도권 외곽을 돌아보는 총 340km 구간으로 설정했다. 출퇴근길에서도 QM6의 반응을 살폈다.
르노삼성은 이번 QM6에 정숙성을 대폭 강화했다. 모든 트림의 앞 유리에 윈드실드 글라스를 적용했고 엔진룸과 대시보드, 차체 바닥까지 소음을 흡수하고 차단하는 자재를 보강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로 QM6는 SUV 특유의 디젤 엔진음이나 노면에서 올라오는 바닥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일본 자트코 무단변속기(CVT)를 채용해 기어가 변경될 때도 조용함이 유지됐다.
다만 엔진은 육중한 차체를 힘겹게 버텨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QM6 GDe의 최고 출력은 144마력, 최대 토크 20.4kg·m다. 국내 한 소형 SUV의 최고출력 177마력에 최대토크 27㎏·m인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QM6는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가속 페달을 꾹 밟아도 시원스레 치고 나가지 못했고, 고속 구간에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저속 주행에서는 차근히 속도가 붙어 불편함은 없었다. 오르막길에 다다르자 엔진은 힘에 부치는 듯 요란한 소리를 내며 코스를 빠져 나왔다.
시승을 마친 뒤 최종 연비는 9.4㎞/ℓ를 기록했다. QM6 GDe 공인연비는 11.7㎞/ℓ다. 연비를 신경 쓰지 않고 가속과 감속을 자유롭게 하며 주행한 결과다. 고속과 도심 주행 비율은 6대 4정도.
QM6에는 운전자 피로도 경보 시스템(UTA)을 비롯해 8.7인치 대화면 세로형 S-링크 디스플레이 내비게이션,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등 첨단 사양들도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됐다. QM6 GDe 모델 가격은 SE 트림 2480만 원, LE 트림 2640만 원, RE 트림 2850만 원에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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