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의 ‘마리몬드’ 매장은 온통 꽃으로 가득하다. 스마트폰 케이스, 가방, 노트, 텀블러, 의류 등 모든 제품이 형형색색의 만개한 꽃들로 패턴을 입혔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상징하는 꽃을 선정한 뒤 패턴화 작업을 거쳐 디자인했다.
마리몬드가 유명해진 데에는 아이돌 가수 겸 배우인 수지의 공이 컸다. 2015년 1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찍힌 수지의 ‘공항 패션’ 사진에서 그의 손에 쥐어진 화려한 꽃무늬 스마트폰 케이스가 유독 눈에 띄었다. 마리몬드 제품이었다. 그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는 기업의 제품이란 사실이 알려졌다. 2014년 4억4000만 원이던 매출액은 1년 만에 16억3000만 원으로 치솟았다. 지난해엔 45억 원, 올해는 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마리몬드의 수장 윤홍조 대표(31)는 청년사업가다. 고려대 경영학과에 다닐 때는 대기업 입사가 꿈이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군에서 제대한 후인 2011년 학회 ‘인액터스(Enactus)’ 활동으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윤 대표는 “학회 자체가 대학생들이 지역사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단체였다”며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들을 처음 만났는데 부채 의식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학회 친구 3명과 창업에 나섰다. 창업 아이템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심리 치료 차원에서 만든 압화 작품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 제품이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한 소셜벤처육성사업에 선정돼 1년간 인큐베이팅을 거쳤다. 2012년 수익의 절반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기부하는 소셜벤처 ‘마리몬드’를 창업했다. 윤 대표는 “창업 1년 만에 현대차정몽구재단에서 1억 원의 창업지원금을 받아 디자인 전문 인력을 늘릴 수 있었다”며 “4명으로 시작한 마리몬드는 현재 62명의 직원을 둘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마리몬드는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나비기금 등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착한 기업’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아이돌그룹 엑소(EXO)의 멤버 디오, 배우 이광수 등 연예인들이 직접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구매할 정도다. 윤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후기 사진을 보고 직원들도 연예인들이 직접 구매한 걸 알았다”며 “물건을 판 직원마저 ‘왜 못 알아봤지?’ 하면서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마리몬드는 최근 두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압화 작품 외에도 다른 할머니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공부하고 있다. 그들을 대변하는 꽃을 선정해 다양한 꽃 디자인 작품을 패턴화하고 있다. 일명 ‘꽃 할머니’ 프로젝트다.
윤 대표는 “한국뿐 아니라 여러 아시아태평양 국가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존재한다”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존귀함을 해외에도 알릴 수 있는 작업을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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