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차 수출국에 친환경차 의무판매제가 생긴다는데 국내 친환경차 제도가 그대로라면 한국보다 외국에서 친환경차가 더 팔리는 ‘환경의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은평을·사진)은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대기환경보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친환경차 의무판매제의 핵심은 ‘자동차 제작사에 연간 보급할 저공해자동차 기준을 고시하고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강 의원은 “현재 미국 10개 주가 의무판매 제도를 시행 중이고 중국도 조만간 도입할 예정”이라며 “유럽은 2040년까지 내연기관차를 퇴출한다는데 결국 우리도 이런 추세에 맞춰 친환경차 생산량을 크게 확충하려면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친환경차 시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보조금과 의무구매 제도에 힘입어 짧은 기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가 재정으로 보조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강 의원은 “현 의무구매 제도도 수도권이나 공공기관에 국한돼 있고 이마저도 권고 규정이기 때문에 사실상 사문화돼 있는 셈”이라며 “이제는 판매를 독려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무판매 제도가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이 제도는 기업을 억압하는 제도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시대 신성장동력으로서 오히려 자동차산업의 도약을 촉구하는 법”이라고 반박했다.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친환경차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다양한 차종을 개발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강 의원은 “지금은 보조금을 지원해야 할 만큼 친환경차와 내연기관차 간 가격 차가 크지만 생산량이 늘고 기업 간 개발 경쟁이 붙으면 친환경차의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도 시행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의무판매 비율은 제조사와 국내 친환경차 인프라 사정에 맞춰 차차 늘려갈 계획이다. 강 의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2005년부터 의무판매 제도를 시행했는데 당시에도 제조사들의 우려가 컸지만 12년 동안 과징금을 부과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며 “우리도 제도 도입 초기 기업들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특례규정을 만들고 설계 과정부터 투명하게 진행한 미국 사례를 참고한다면 도입 과정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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