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9곳중 8곳은 ‘회추위’에 現회장 참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6일 03시 00분


‘CEO 배제’ 하나금융 이후… 금융권 후폭풍 예상

22일 하나금융지주 이사회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회장을 빼기로 의결하면서 비슷한 처지에 놓인 금융지주사들에 후폭풍이 예상된다. 국내 금융지주회사 9곳 중 8곳이 회추위에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25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회사 8곳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분석한 결과 모두 CEO가 회추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8곳은 신한 KB NH농협 BNK JB DGB 한국투자 메리츠 금융지주 등이고, 내부 규범을 개정한 하나금융지주는 제외했다.

8곳 중 은행 지주 6곳은 CEO가 회추위원으로 참여하더라도 본인의 연임 안건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갖지 못하도록 돼 있다. 반면 한국투자와 메리츠 금융지주는 CEO가 본인의 연임에 대해 ‘셀프 투표’를 할 수 있다. 오너가 CEO로서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더라도 CEO가 회추위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회추위는 회장 선임뿐 아니라 차기 회장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추위에 CEO가 참여하게 되면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를 후보군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본인이 후보군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회추위에서 빠지는 게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8곳 중 농협금융을 제외한 7곳은 내부규범에 임원 후보자에게 교육과정을 마련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서도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주들이 선언적으로 승계 규정을 명시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후보자 교육과정이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8곳 중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할 때 외부 추천을 활용하는 지주사는 신한과 메리츠 금융지주뿐이었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CEO가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이 사외이사들이 CEO를 재선임하고 있어 CEO가 사실상 ‘셀프 연임’을 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외부 추천만 받는 경우에 금융지주사가 오히려 외풍에 휘둘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이 같은 내용에 대해 한국투자금융지주 관계자는 “내부규범의 하위 규정인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규정’을 통해 실제로는 CEO 연임 시 본인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사외이사 선임 시 외부 추천을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다음 달 중 은행 지주를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 절차와 회추위 구성 및 운영 등에 대한 검사를 벌일 예정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KB 하나 금융지주는 회추위 구성과 관련해 경영유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한편 하나금융지주는 22일 이사회를 열어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했다. 회추위에서 사내이사를 배제하고 후계자 교육 프로그램의 내실을 강화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의 조치는 검사 결과 지적한 사항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회추위에서 한 사람을 옹립하는 것이 아니라, 유효 경쟁자가 제대로 경쟁할 수 있도록 바뀐 제도가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금융#지주사#회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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