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 든든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6일 03시 00분


4년생 강아지를 키우는 직장인 강모 씨(32·여)는 이달에 방광염에 걸린 강아지 병원비로만 50만 원 이상을 썼다. 소화 기관이 약해 매달 꾸준히 먹여야 하는 약값과 진료비도 10만 원 안팎이다. 강 씨는 “동물 진료비는 병원마다 부르는 게 값이라 반려견이 큰 병에 걸리면 진료비가 부담스러워 버리는 견주도 적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크게 늘면서 비용 부담을 덜어 줄 반려동물 보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반려견이 이웃 주민을 물거나 다치게 해 치료비 부담을 호소하는 견주도 많다. 철저한 교육으로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불가피하게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급작스러운 지출에 대비하는 것도 현명한 자세다.

아직 국내 반려동물 보험 시장은 성장이 더딘 편이다. 25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반려동물 보험 계약은 약 2000건에 그쳤다. 지난해까지 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반려동물은 약 100만7000마리로 가입률은 0.2% 수준이다. 전체 반려동물(미등록 포함)이 1000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은 영국(20%), 미국(10%) 등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연예인의 반려견이 이웃 주민을 물어 숨지게 한 사건을 계기로 반려동물 보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정부도 반려동물 진료비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국회엔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를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진료비가 표준화되면 보험료를 낮출 수 있어 보험 가입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는 현행 6억 원 규모인 펫보험 시장을 6000억 원까지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고 위험이 큰 맹견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창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연간 개에게 물리는 사고는 2011년 245건에서 지난해 1019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라며 “미국에서 39개 주가 채택 중인 맹견보증·맹견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보험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뒤 견주에게 해당 금액을 받는 보험 상품이다. 견주가 손해배상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므로 치료비 지급 등 피해 보상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보험사가 견주에게 이 금액을 다시 청구하기 때문에 보험을 믿고 반려견 관리를 소홀히 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현재 국내 반려동물 보험은 3개 보험사가 판매 중이다. 롯데손해보험의 ‘롯데마이펫보험’은 수술·입원비를 보장하는 ‘수술입원형 상품’과 통원 치료까지 보장하는 ‘종합형 상품’으로 나뉜다. 수술 1회당 150만 원까지 보장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양이도 가입할 수 있다. 삼성화재 ‘파밀리아스 애견의료보험2’는 다른 사람이나 동물에게 해를 끼쳤을 때 피해도 보상한다. 현대해상의 ‘하이펫 애견보험’은 특약을 통해 피부질환에 대해서도 보상을 하고 있다.

연간 수십만 원에 이르는 반려동물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면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 특약은 일상생활에서 우연한 사고로 다른 사람의 신체에 피해를 입히거나 재산에 손해를 끼쳤을 때 법률상 배상책임을 보장하는 것이다. 상해보험, 운전자보험 등 손해보험사 주요 상품에 특약으로 추가할 수 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펫보험#반려동물#보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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