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유출 막아라” 까다로워진 해외공장 승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7일 03시 00분


정부, LGD 광저우 공장 조건부 승인

정부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廣州)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 5개월간의 숙고 끝에 승인을 내줬다. 국가 핵심기술과 일자리가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기업의 해외 진출을 막지 않고 대(對)중국 경제협력 관계를 감안해 승인이 내려졌다는 분석이다.

이번 심사는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기업의 해외투자에 대해 어떤 잣대를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애초 ‘국가 핵심기술’이라는 이유로 심사가 시작됐지만 실제 심의 과정에서는 국내 일자리 유출 여부가 쟁점으로 다뤄졌다. LG디스플레이 계획은 승인이 났지만, 앞으로 정부가 기업의 해외 투자에 보다 까다로운 기준을 들이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수요 대응해야 경쟁력 갖출 수 있어”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LG디스플레이의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수출을 승인하며 세 가지 조건을 내밀었다. 먼저 현재 소재분야 30%, 장비 60% 수준인 국산화율을 앞으로 소재 50%, 장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라고 요구했다. 이어 LG디스플레이의 다음 공장 설립은 반드시 국내가 돼야 한다는 점과 중국 공장에서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 대책 제출을 요구했다. 산업부는 “중국 공장 설립 전까지 이 조건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기술 수출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해당 조건들을 이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먼저 국내 투자 조건에 대해서는 경북 구미시, 경기 파주시 OLED 신규 생산라인 구축에 15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워 놨다. OLED 장비의 국산화율 제고,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 대책 마련 등도 준비해왔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그동안 20개 액정표시장치(LCD) 협력사에만 지원해온 보안 프로그램을 6개 OLED 협력사까지 확대 지원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에 짓는 8.5세대 OLED 공장 설립에 사활을 걸어 왔다. 그동안 주력으로 삼아온 LCD는 중국 기업들의 대량 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하는 추세다. 반면 OLED TV는 고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국 기업들이 세계 OLED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지금의 생산량으로는 글로벌 수요를 맞출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 해외투자 까다롭게 살피는 정부

당초 LG디스플레이 측은 7월 말 공장 설립 계획 발표와 함께 정부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해 왔다. 하지만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당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점을 거론하며 신중한 검토를 주문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OLED 분야 도약을 위해 중국 공장 건립이 절실하다”며 정부를 강하게 설득했다.

정부는 이번 심사에서 국내 일자리 창출 가능성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중국 공장을 설립했을 때 국내에 창출되는 일자리 수와 국내에 대체 투자했을 때 예상되는 일자리를 비교하며 국내 대체 투자 가능성을 살펴보기도 했다.

정부가 5개월에 걸쳐 LG디스플레이의 해외공장 투자를 까다롭게 살펴본 만큼 향후 정부가 다른 기업들을 상대로 까다롭게 평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영 환경은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계속 어려워지는데 기업의 해외 진출마저 까다롭게 해서는 경쟁력이 약화된다”며 “국내 기업환경 개선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 / 김재희 기자
#해외공장#승인#lgd#광저우#lg디스플레이#중국#해외진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