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내년에 현대오일뱅크를 기업공개(IPO)하고 그룹 내 순환출자고리를 모두 해소해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기로 했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은 1조3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무차입 경영에 나선다. 지배구조 개편과 재무건전성 강화를 통해 그룹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26일 현대오일뱅크는 이사회를 열고 내년 하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외부감사인 지정, 주관사 선정, 상장예비심사 청구 등 필요한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해 현대로보틱스를 지주회사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로 9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상장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그룹 전체의 재무안전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석유 정제품 제조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글로벌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올해 1∼9월 매출 11조7000억 원, 영업이익 8590억 원을 기록했다. 정유·화학 업황 호조 및 비정유 사업 확대 등에 힘입어 올해 영업이익은 1조 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오일뱅크 상장과 함께 현대중공업그룹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4.8%를 털어내면 된다.
순환출자고리 해소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해 꼭 필요하다. 4월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등 4개사로 분사했다. 이후 현대로보틱스를 지주회사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분사 과정에서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로보틱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 6월 현대미포조선은 현대로보틱스 지분 96만540주(7.98%)를 전량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며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26일 현대중공업도 이사회를 열고, 총 1조2875억 원(1250만 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재무구조 개선 및 연구개발(R&D)투자를 통한 사업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 내 조선 3사는 순 차입금을 모두 해소하고 약 5000억 원 규모의 순 현금을 보유하게 된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실현하게 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은 “전 세계적인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해운업체 등 발주사들이 조선사의 재무 상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발주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무차입 경영이 실현되면 그만큼 수주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현대로보틱스는 이번 유상증자에 120% 초과 청약할 것을 결의하며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였다. 현재 보유한 지분만큼 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다른 주주가 청약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생기는 주식도 공격적으로 사들이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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