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국에서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가 역대 최대 규모인 44만 채에 육박할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잇단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입주 물량 폭탄’이 현실화되면 지역에 따라 집값과 전세금이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입주 물량이 몰린 경기 화성, 용인 등 수도권 남부권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2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에서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43만9611채로 올해(38만3820채)보다 14.5%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연간 입주 물량이 40만 채를 넘어선 경우는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주택 200만 채’ 건설 여파로 새 아파트 입주가 급증한 1990년대뿐이었다. 1991년까지 25만 채를 밑돌던 연간 입주 물량은 분당·일산·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개발에 따라 1997년 43만2128채로 급증했다.
내년 입주 물량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경기 지역으로 올해보다 25.7% 늘어난 16만1992채가 집들이를 한다. 이 또한 이 지역 역대 최대 물량. 특히 화성시의 내년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36.6% 급증한 3만1776채나 되며 용인(1만5676채) 김포(1만4197채) 시흥(1만2338채) 등에도 입주가 몰려 있다.
최근 ‘나 홀로 집값 강세’를 보이는 서울도 내년 3만4703채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올해보다 28.3% 늘어난 규모다. 지방에서는 평창 겨울올림픽 수혜를 입고 있는 강원 지역의 입주 물량이 올해 5959채에서 내년 1만6542채로 180% 가까이 급증한다.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내년 전세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입주 물량이 몰린 일부 지역은 이미 전세금이 하락하면서 집주인이 전세금을 빼주지 못하는 역(逆)전세난이 발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깡통 전세’(매매가가 대출금과 보증금을 합한 금액보다 작은 집)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여기에다 내년에 새 아파트 분양도 급증해 ‘미분양 리스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전국 409개 단지에서 41만7786채의 민간 아파트가 분양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5년간 평균 분양 실적(30만7774채)보다 약 36% 급증한 규모다. 서울 5만7208채 등 수도권에서 23만5430채가 분양할 예정이며 지방(18만2356채)에서는 부산에 가장 많은 물량(4만5158채)이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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