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좋은 제품의 핵심 요건은 ‘롱 라이프 디자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7일 03시 00분


일본 도쿄 시부야는 늘 인산인해다. 흥미로운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 2012년 봄에 문을 연 복합 쇼핑몰 ‘시부야 히카리에’는 관광객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명소로 꼽힌다.

가장 흥미로운 층은 8층이다. 문화와 창의성을 테마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d47 뮤지엄(museum)’ ‘d47 식당’ ‘d47 디자인 트래블 스토어(design travel store)’ 등 ‘d47’이란 이름이 붙어 있는 일련의 공간을 눈여겨볼 만하다. 알파벳 d는 디자인을, 47은 일본의 행정구역(도도부현·都道府縣) 전체 숫자를 의미한다.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d47은 ‘디자인을 중심으로 일본 47개 행정구역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우선 d47 뮤지엄에서 상품 전시회를 갖는다. 각 현마다 내세우는 간판 편의점 상품을 모아서 전시를 열거나, 특정 지역의 관광 상품들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식이다. 이어 전시회에서 관심을 끌었던 제품을 d47 디자인 트래블 스토어에서 판매하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은 d47 식당에서 즐길 수 있게 한다. 한마디로, 뮤지엄에서 눈으로 보고(시각 충족), 스토어에서 구매하고(추억 충족),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미각 충족) 함으로써 오감을 뛰어넘는 육감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창의적인 공간 마케팅을 기획한 이는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 디&디파트먼트(d&department)를 창시한 나가오카 겐메이다. 겐메이는 “오래 봐도 질리지 않고 정감이 가는 물건, 일상에서 오랜 시간 사용해 온 물건이 좋은 디자인”이라는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롱 라이프 디자인(long life design)’이야말로 긴 생명력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진정으로 좋은 제품의 핵심 요건이라는 뜻이다. 알파벳 d를 통해 엿볼 수 있는 겐메이의 디자인 철학은 환경보호와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오늘날 경영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 nexio@factory8.org
#long life design#롱 라이프 디자인#시부야#도쿄#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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