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앞두고 비상이 걸린 편의점 업계가 가맹점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기존 가맹점주들은 지원 대상이 신규 점포에만 맞춰져 있다며 “상생안이 아닌 살생안”이라 부르고 있다.
28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CU의 가맹본부와 가맹점주협의회는 1일 최저임금 인상 피해 최소화를 위한 상생안을 공동발표했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은 이 내용에 강력 반발하면서 8일 긴급총회를 열고 협의회 지도부를 교체했다. 상생안 파기도 선언했다. 새로 꾸려진 집행부는 다음 달 초 가맹본부와 상생안에 대한 재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내놓은 상생안이 신규 점포 지원에만 치중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CU 가맹본부는 임차료 외에 각 가맹점포의 월 최저수입보장 액수를 350만 원에서 470만 원으로 120만 원 올렸다. 가맹점 수익이 이 액수에 미달할 경우 본부가 차액만큼 지원한다. 유제품 등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과 관련해 월 최대 30만 원의 제품 폐기 지원금도 신설했다. 지원은 모두 신규 점포만 해당된다. 기존 점포에는 월 4만∼5만 원의 전산·간판 유지관리비와 심야전기료의 40∼50%를 지원한다.
최종열 CU 가맹점주협의회장은 “안 그래도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신규 점포에 대한 지원만 늘리는 건 상생이 아니라 기존 점주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꼴”이라고 말했다.
내년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면서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시름이 깊다. 편의점 가맹본부들이 잇달아 상생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점주들과의 온도 차가 여전한 상황이다. GS25 제공CU 가맹본부는 이번 상생안이 가맹점 대표들과 4개월간 협상을 거쳐 마련한 내용인 만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CU 가맹본부 관계자는 “상생안은 법적 강제성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점주들과 경제적 부담을 나누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CU 본사는 현재 가맹점주를 상대로 상생안 동의서를 받고 있다. 동의서를 최대한 많이 받아 가맹점주협의회 새 집행부의 주장에 힘을 빼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내년 30명 미만 사업장에는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 1명당 최대 월 13만 원씩 지원한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단기 아르바이트 직원이 대부분인 편의점은 고용보험 가입률이 낮아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렵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보다 실질적인 가맹본부의 상생안을 요구하고 있다.
CU처럼 갈등이 겉으로 불거지지는 않았지만 GS25도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온도 차가 뚜렷하다. 7월 상생안을 낸 GS25는 최저수입보장 규모를 연 50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인상하고 심야영업 전기료를 100% 지원하기로 했다. 한 편의점 점주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인건비가 비싼 심야영업 자체를 할 수 없다. 심야전기료 지원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대책”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아직 상생안을 내놓지 않은 다른 편의점 업체도 고민이 커지고 있다. 1위 업체 CU에서 갈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 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맹점주협의회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GS25나 CU처럼 대규모 지원은 어렵겠지만 1월 초쯤 상생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업체들이 만든 상생안이 기존 가맹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업 확장에만 치중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편의점주는 “신규 점포에 대한 지원은 사업 확장을 위해 당연히 본부에서 부담해야 하는 것인데 이를 상생안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