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농축수산물 값 상승 영향… 식탁물가 2.5% 올라 서민들 시름
금리 오르는 내년엔 민간소비 줄듯… “가계대출땐 고정금리 비중 높여야”
국제유가 상승과 조류인플루엔자(AI) 창궐이 2017년 한국 물가를 최근 5년 새 가장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 위주로 오르면서 내년에는 물가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7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보다 1.9% 올랐다. 2012년(2.2%) 이후 연간 기준으로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1.0%)나 2015년(0.7%)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국제유가와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예년보다 물가상승률이 높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지난해 41달러에서 올해 53달러로 29.3% 상승했다. 이 때문에 경유(8.6%) 휘발유(6.4%) 가격이 올랐다. 기재부 측은 “유가가 오르면 석유제품 가격과 가스요금, 난방비 등이 동반 상승하게 된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오른 것이 올해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달걀 가격이 1년 새 43.7% 오르며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에서 AI가 확산되면서 닭과 오리 등 가금류 약 3700만 마리가 도살 처분된 탓이 컸다. 올해 달걀을 낳는 산란계 수가 줄면서 태국산 달걀을 수입할 만큼 국산 달걀 가격이 오른 바 있다. 중국 어선의 ‘싹쓸이 조업’ 등의 요인으로 오징어(49.9%)의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것도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의 이유로 꼽힌다.
유가와 농축수산물의 가격 상승은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올해 전체 물가상승분은 1.9%지만 생활물가지수가 2.5%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물가지수를 산정하는 460개 품목 가운데 소비자 구입 빈도가 높은 141개 품목의 가격 상승을 측정한 것으로, 지난해는 0.7% 올랐고 2015년에는 0.2% 하락했다. 올해는 국민들이 생활하면서 꼭 필요한 품목들 위주로 물가가 상승했다는 뜻이다.
이주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올해 연간물가 상승치가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치인 2.0% 안에 들어왔지만 생활물가가 오른 것이 문제”라며 “내년에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농산물 가격이 안정돼 연간 물가가 올해보다 낮은 1.7%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금리가 3, 4차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국내 민간소비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29일 발간한 ‘가계부채 수준에 따른 통화정책의 파급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1984∼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가계부채 수준이 높으면 금리 인상 시 경기조절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리를 인상하면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가구가 많아 소비를 줄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가계부채 수준이 높으면 통화정책 결정 시 경기상황에 유의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변동금리 가계대출 비중이 높을수록 금리 인상의 경기조절 효과가 클 수 있으므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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