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재테크시장은 금리 인상, 고유가, 통화가치 상승이라는 ‘3고(高)’ 현상과 맞닥뜨리게 된다. 국내 경기뿐 아니라 투자심리를 전반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는 변수다. 역대 최대 규모의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부동산과 ‘돈의 힘’에 의한 가격 상승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된 금융 재테크시장에서 투자자들은 큰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동아일보는 부동산 전문가 20명, 금융 재테크 전문가 11명에게 지역별 상품별 새해 투자전략을 물었다. 》
새해 부동산 시장에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가장 유망한 투자 상품으로 꼽혔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원룸·오피스텔 등 소형 수익형 부동산은 새해에 가장 피해야 할 투자 상품에 선정됐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은 수도권에서 나오는 공공분양 아파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유세 인상 가능성과 대출 규제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부동산 시장에 틈새 투자처가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 겹겹 규제에도 ‘강남 재건축 불패’ 전망
지난해 정부가 쏟아낸 부동산 규제들이 1월부터 줄줄이 시행되고, 전국에서 44만 채에 이르는 ‘입주물량 폭탄’이 쏟아질 예정이다. 시중금리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모두 투자 수요를 줄이게 하는 악재들이다. 그럼에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와 수도권 신규 분양 아파트 시장은 건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새해 가장 유망한 투자상품으로 전문가 20명 중 9명(45%)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꼽았다. 재건축 아파트는 지난해부터 정부 규제의 집중 타깃이 됐지만 여전히 가격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수요자들이 선호하기 때문에 시장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대단지를 중심으로 거래량은 적지만 호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신규 분양 아파트를 유망하다고 본 전문가(5명)도 많았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은 그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새 집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 수도권 외곽이나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은 조심해야 한다.
올해 전망이 가장 어두운 분야로 전문가 8명(40%)은 원룸·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을 꼽았다. 최근 저금리 영향으로 이들 소형 수익형 부동산은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임대수익률은 하락세다. 이들 상품은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비중이 커서 시중금리까지 오르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진미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부터 정부가 청년을 위한 기숙사, 원룸형 등 공공지원 임대주택 등을 확대하면 민간 원룸, 오피스텔 등은 선호도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 신규 분양 아파트도 투자에 유의해야 할 분야로 꼽혔다.
상가·오피스는 투자 규모가 커서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할 수 있지만 수익형 부동산 투자는 전반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올해 토지 시장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대규모 택지 공급을 늘리는 데다 주택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6년 만에 최대 규모인 16조 원 이상 토지보상금이 풀리면 추가 매수세로 이어질 수 있다.
○ ‘내 집 마련’에는 수도권 공공분양 추천
올해 집값은 전반적인 보합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과 지방의 온도 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서울은 공급이 제한적이라 가격 상승 여력이 일부 존재하지만 수도권과 지방은 입주물량 증가로 인해 가격 하락이나 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복수응답)로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등 대출 규제(12명), 입주물량 증가(10명), 양도세 중과 등 다주택자 규제(9명), 금리 인상(9명) 등이 고른 표를 얻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입주물량 증가,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 여러 리스크가 맞물린다는 점이 올해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물량을 임대로 돌릴지, 매물로 내놓을지에 따라 시장이 큰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에게 가격이 오를 아파트라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고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집은 빨리 처분하라고 권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는 수도권 공공분양 아파트를 공략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정부는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2022년까지 전국에 공공분양 주택 15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10만 채가 수도권에서 나온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기 때문에 분양을 받으면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신혼희망타운은 올해 최고 히트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으로 공급되는 신규 분양 단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 서울의 정비사업 분양 예정 물량은 4만3578채에 이른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청약가점이 60점 이상이면 강남권 재건축, 그보다 가점이 낮으면 강북권 재개발 중 역세권 단지 청약에 적극 지원하라”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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