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1207원 → 1070원 12.8% 내려… 원화가치 상승률 42개국 중 5위
신인도 올랐지만 수출 악영향 우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전년 대비 약 13% 하락(원화 가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3년 만에 하락률이 가장 컸다. 원화 가치가 올랐다는 것은 한국 경제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높아졌다는 뜻이기 때문에 나쁘게만 볼 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들의 부담이 커지고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29일 종가 기준으로 달러당 1070.5원에 마감했다. 2016년 12월 말 달러당 1207.7원이던 환율은 1년 만에 12.8% 떨어졌다. 이는 2004년(15.2% 하락)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원화 가치 상승률은 한은이 집계하는 42개국 통화 중 다섯 번째로 높았다. 체코(20.3%)와 폴란드(20%), 헝가리(14.1%), 덴마크(13.7%) 통화 가치가 원화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원화 가치가 지난해 빠르게 오른 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 때문이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장기 호황)에 힘입어 수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지난해에는 3년 만에 무역액 1조 달러 달성에 성공했다. 지난해 1∼11월 경상수지 흑자 누적액은 901억9500만 달러(약 96조5086억 원)로 2016년 같은 기간(824억6800만 달러)보다 9.4% 늘어났다.
기업 실적 개선으로 글로벌 자금이 한국 금융시장으로 몰려든 것도 원화 가치 상승세의 이유 중 하나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등을 합친 금융계정 증가액은 720억7000만 달러다. 북한 핵실험 등의 변수가 있었지만 한국 경제가 회복 중이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원화 가치 강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일본 엔화의 달러화 대비 환율 하락률은 3%에 불과하다. 가격 경쟁력 하락이 수출 감소로 이어지면 회복세를 타고 있는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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