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순환출자 제로’ 약속 지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일 03시 00분


순환출자 고리 수가 많게는 75만 개에 육박했던 롯데그룹이 2018년 무술년(戊戌年)부터 순환출자 고리 제로(0) 시대를 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년여 만에 순환출자 해소 약속을 지킨 셈이다. 신 회장은 새해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며 ‘뉴 롯데’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롯데그룹은 6개 비상장 계열사를 흡수 합병해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롯데지주와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대홍기획, 롯데아이티테크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롯데상사 등 6개 비상장사 투자사업부문을 롯데지주에 통합하기로 하는 합병 및 분할합병을 결의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는 등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모두 해소해야 한다.

신 회장은 2015년 8월 순환출자 해소를 약속한 이후 지속적으로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하고, 복잡한 구조를 정리해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혀왔다.

이번 이사회 결의로 롯데상사 등 6개 기업은 롯데지주의 지붕 아래 들어가게 됐다. 산하 계열사가 51개로 늘어남에 따라 롯데지주는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전체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높아져 향후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계열사 투자 기능을 롯데지주로 통합해 투자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순환출자는 그룹 내 A사가 B사로, B사가 C사로, C사는 다시 A사로 자본금을 출자해 하나의 고리를 만들어 그룹을 지배하는 방식이다. 최대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여러 계열사를 거느릴 수 있어 구시대적 지배구조라는 비판을 받았다. 공정위는 2014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등 재계에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독려해왔다.

롯데그룹 순환출자는 재계에서도 악명이 높았다. 2014년 6월 기준 롯데그룹 순환출자 고리 수는 75만 개에 달했다. 90여 개 계열사가 얽히고설킨 결과였다. 한 달 뒤 계열사 간 21차례의 주식 거래를 거쳐 416개로 줄였지만 이 역시 여전히 많았다. 2015년 7월 형제 간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의 구시대적 지배구조 민낯이 드러났다. 당시 정치권과 정부가 롯데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할 정도였다.

신 회장은 그해 8월 ‘셀프 개혁’을 발표했다.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고, 일본 롯데와의 연결고리인 호텔롯데를 상장해 한일 롯데 분리에 나선다는 게 골자였다. 신 회장은 2016년 10월 질적 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그룹 개혁의 중점에 두겠다고 밝히며 다시 한 번 순환출자 해소를 약속한 바 있다. 1년 후인 지난해 10월에는 롯데지주를 출범시켰다. 이로 인해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포함한 총 개수는 11개로 줄었다. 이번 이사회 결의로 이 또한 완전히 해소됐다.

롯데는 향후 지주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구조개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화학, 건설 계열사를 롯데지주로 편입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이후 한국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를 상장한 뒤 롯데지주와 합병하면 완전한 형태의 지주사를 탄생시킬 수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이 2015년 8월 밝힌 혁신안의 골자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새해 ‘뉴 롯데’ 혁신안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경영권 분쟁, 2016년 검찰 수사 등 위기 때마다 “롯데를 좋은 회사로 만들겠다”고 강조해왔다. 지난해에는 한국 롯데 창립 50주년을 맞아 ‘뉴 롯데’를 선언하며 아버지 시대와 다른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기업이미지(CI)와 ‘라이프타임 밸류 크리에이터(Lifetime value creator·평생 가치 창조)’라는 슬로건도 선보였다. 지난해 12월 22일 신 회장에 대해 실형 위기를 모면해 주며 재판부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재판 직후 장인상 참석차 일본에 간 신 회장은 이번 주까지 재판 때문에 못 만났던 글로벌 투자사와 만나며 경영 구상에 나선다. 8일 한국 롯데로 출근해 10일경 그룹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6일 면세점 관련 재판이 남아 있지만 흔들림 없이 새해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다사다난했던 그룹 안팎 일이 하나씩 정리되고 2018년은 ‘뉴 롯데’로 발돋움하는 해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박은서 기자
#롯데#순환출자#신동빈#롯데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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