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투자증권 권성문 회장과 이병철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을 통해 권 회장의 지분을 사들인 이 부회장이 1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분쟁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권 회장이 계약 조건을 문제 삼으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9일 권 회장이 보유한 주식 1324만4956주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일 공시했다. 매매대금은 주당 5000원으로 총 662억2778만 원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KTB투자증권 지분은 14.00%에서 32.76%로 늘어나고 권 회장은 24.28%에서 5.52%로 내려가 최대 주주가 바뀐다.
하지만 권 회장이 돌연 ‘계약 무효’를 통보하면서 일단락될 것으로 보였던 경영권 분쟁은 반전을 맞았다. 앞서 주주 간의 계약에 따라 이 부회장은 권 회장이 지분을 팔 때 자신이 먼저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권 회장은 이날 이 부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제3자에게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조건으로 넣은 임직원 신분 보장과 잔여 주식 추가 매각 등의 조항 등이 빠졌다는 것이다.
권 회장이 갑자기 지분 매각을 추진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권 회장은 ‘대주주 책임경영’을 내세우며 6년여 만에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이 부회장과의 지분 격차를 10% 안팎으로 벌렸다. 올 3월 예정된 주주총회에 앞서 권 회장이 경영권 다툼에서 기선을 잡았다는 해석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검찰 수사에 부담을 느낀 권 회장이 대주주 자격 유지가 힘들어지자 주식을 팔아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쟁 당사자인 이 부회장이 아닌 제3자에게 경영권을 넘기려 했지만 당시 종가보다 38%나 높게 나온 주식을 이 부회장이 매수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는 것이다.
금융계에는 두 사람의 결별이 예견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권 회장은 2016년 부동산 투자에서 성과를 낸 이 부회장을 공동 경영인으로 영입했지만 허니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이 부회장이 영입한 인사가 권 회장의 지시로 보직이 변경되며 갈등이 불거졌다. 이후 권 회장에게 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지난해 8월에는 과거 개인 회사의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금융감독원이 권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포착해 조사 중인 사실도 알려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