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적법성 모호한 新산업 규제 대신 일단 지원… 하루 1만 벤처 쏟아져

[3만 혁신기업이 3만달러 한국 이끈다]

21세기 국가경쟁력을 판가름할 4차 산업혁명에서 세계 경제 질서의 판도를 엎겠다는 중국의 혁신기업 육성책은 독특하다. 현행법상 불법 여부가 모호한 신(新)산업에 대해 정부는 처음부터 규제를 가하기보다 전략적으로 방치하거나 오히려 지원에 나선다.

일단 진입에 제한을 두지 않고 시장을 키운 뒤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한다. 여기서 나타난 문제점을 사후 규제하면서 사업자가 성장하도록 돕는 3단계 전략이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는 원바오(溫飽), 다소 풍요로운 생활로 진입하는 샤오캉(小康), 중진국 대열에 진입한다는 다퉁(大同)을 내세운 중국의 3단계 경제성장 전략인 이른바 싼부쩌우(三步走)를 신산업 육성에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신산업에 불법 낙인부터 찍어 사업 기회를 봉쇄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한국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이런 합리적인 규제정책에 힘입어 미국의 벤처정보업체인 CB인사이츠가 최근 발표한 세계 10대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기업)에 중국 기업은 디디추싱(滴滴出行)을 비롯해 4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중국은 벤처 생태계가 활성화되다 보니 하루에 신설되는 법인이 평균 1만6000여 개로 한국(300여 개)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젊은이들도 자발적으로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기업 반열에 오른 텐센트와 알리바바, 바이두 등은 적극적으로 벤처 투자에 나서 ‘제2의 텐센트’ ‘제2의 알리바바’를 육성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이해 한국 경제의 새 성장엔진으로 혁신형 창업기업 3만 개를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중국의 창업 생태계 현장을 취재했다. 한국의 추격자로만 여겨지던 중국은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창업벤처 분야에선 한국을 이미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었다.

선전·상하이=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