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수돗물, 여러분은 지금 먹고 계신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4일 03시 00분


수돗물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염형철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이사장, 최승일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왼쪽부터)
수돗물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염형철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이사장, 최승일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왼쪽부터)

수돗물홍보협의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실시한 ‘2017년 수돗물 먹는 실태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전국 성인남녀 1만2196명 대상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92.6%는 수돗물에 대해 만족하거나 별다른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평소 수돗물을 먹는다는 비율은 49.4%에 그쳤다.

우리나라 수돗물은 세계 최고 수준 수질검사 항목으로 안전하며 적정량 미네랄이 포함되어 있어 건강에도 유익하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돗물은 여타 식수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적고 지하수 고갈을 예방할 수 있는 친환경 공공재이다. 이러한 수돗물이 생활 속 보편적인 식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염형철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이사장, 최승일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3인에게 물어보았다.

우리나라 수돗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염형철: 수돗물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국민 기본 생활권을 보장하는 권리이며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먹는 물에 대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더 큰 관심과 행동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승일: 우리나라의 수돗물은 수질이 잘 관리되어 건강에 위해성이 없는 안전한 식수이다. 지난 30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살펴본 결과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홍윤철: 우리나라의 수돗물은 처리과정이 잘 관리되고 적정량 미네랄이 포함되어 있어 안전하고 건강하다. 다만 개인의 사유재산으로 분류되는 옥내배관과 주로 집단거주시설에 설치된 물탱크에 대해서는 보다 철저한 관리와 개선이 필요하다.

수돗물, 왜 먹어야 할까요?

염: 수돗물시민네트워크에는 과거 정부 정책을 비판했던 환경 단체들은 물론 환경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참여해 함께 활동한다. 저탄소 친환경 식수인 수돗물이 가지는 포괄적 의미에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성숙한 시민이라면 윤리적인 소비, 지속 가능한 소비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 수돗물을 먹는 일은 건강한 물순환 시스템을 보존하는 가치 소비이다.

최: 언제 어디서나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지금과 같은 안정적인 상수도 공급 기반을 구축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국민들이 수돗물 먹기를 포기하고 허드렛물로만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높은 수준의 수돗물 서비스를 유지할 당위성이 사라진다.

홍: 수돗물은 사회 구성원들의 생존과 일상생활 영위를 위한 필수적인 사회 기반 요소이다. 특히 기후변화와 같은 불확실한 미래 환경에서 안전한 식수 확보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최우선 과제이다. 향후 수돗물 공급과 관리 체계는 미래 수요와 안전성에 대한 요구 수준에 맞게 개편되어야 한다. 이러한 장기적 전략과 정책 수립이 바탕이 될 때 수돗물 먹기 생활화가 실현될 수 있다

수돗물,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요?

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수도사업자들은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국민들과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유연해져야 한다.

최: 옥상 저수조 관리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사유재산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규제하기 어렵다. 다소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정기적인 수질검사나 저수조 청소를 의무화하는 것이 시민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홍:
내가 지금 마시고 있는 수돗물에 대한 보다 명확하고 풍부한 정보가 전달되어야 한다. 수돗물과 같은 공공재는 필요하다면 소방점검처럼 제도화시켜 각 가정의 수도꼭지나 저수조에 대해 관리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정수기와 먹는 샘물 사용 확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염: 정수기와 먹는 샘물이 시장이 날로 커지는 것은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 문제이다. 시민들도 개인 기호로 정수기를 사용하거나 마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관련 업체들의 홍보 활동이나 수돗물에 대한 불분명한 문제 제기를 비판적으로 가려내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최: 수돗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지속되어 국민들의 물 소비 형태가 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관련 기업들이 증명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과도한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일은 방지되어야 한다. 수돗물은 물론 정수기와 먹는 샘물에 대해서도 보다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해야 한다.

홍: 정수기와 먹는 샘물 시장 확대는 수돗물 안전성에 대한 우려에서 출발한다. 정수기는 결국 수돗물을 한 번 더 처리하여 먹는 것이고, 먹는 샘물은 수돗물 대신 지하수를 사서 마시는 것이다. 정수기와 먹는 샘물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돗물의 안전성을 더욱 확보하고 관련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돗물은 안정적인 생명 유지의 필수 요건으로 단순히 공공재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수돗물 먹는 실태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향후 수돗물에 대한 평가,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염: 수돗물 먹는 실태 조사는 국민들의 수돗물 이용 패턴을 다층적으로 분석하여 현황을 이해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국민들이 수돗물을 신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향후 수돗물에 대한 측정 지표에 있어 신뢰 제고와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전혀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최: 이번 조사에서 수돗물 먹는 비율이 50%에 조금 미치지 못했다. 물론 수돗물 먹는 비율은 중요하다. 하지만 수돗물의 가치는 이러한 단일 지표로 결정할 수 없다. 수돗물 없이 단 하루만 지내라고 하면 그 소중함에 대해 절감하게 될 것이다. 향후 보다 다양한 의견 수렴으로 수돗물에 대한 복합적이고 통합적인 지표를 설정해 수돗물이 가지는 정당한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홍: 수돗물에 대한 가치 평가는 먹는 비율이나 만족도와 같은 형태와 수용성에 대한 평가 외에 객관적인 자료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이를 기반으로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대기 오염의 경우 실시간으로 이를 측정하여 국민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정책이 수립된다. 물과 공기는 생명 유지의 기본 요소이다. 수돗물 역시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생활 속 수돗물 먹기 실천 동참을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염: 우리 국민들은 식당에서 일회용품 사용 제한, 쓰레기 분리수거, 버스 전용차선 도입 등 비용 부담과 불편을 감수하고 혁신적인 환경 정책을 이해하고 동참했다. 정부와 국민, 수돗물 공급자와 수요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정책을 통해 수돗물 먹기가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 공공 기관들이 수돗물에 대해 국민과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일이다. 왜 안전한지, 수질은 어떠한지, 왜 먹어야 하는지,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홍: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먼저 수돗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수돗물이 완전히 안전하다는 것을 국민 스스로가 확인하기 전에 지금의 상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객관적인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전달하고 무엇이 개선되었는지 납득시켜야 한다.




공동기획=수돗물홍보협의회

▼수돗물에 대한 나의 생각▼
안전한 수돗물 공급, 건강하고 가치있는 삶을 만든다


신경환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
신경환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아시아에서도 물이 깨끗한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친 나그네에게 표주박 우물물 한 모금을 권하는 풍경이 자연스러운 우리와 달리 중국은 물을 끓여 석회질을 제거해야 했기 때문에 차 중심의 식수 음용 문화가 정착했다. 우리는 깨끗한 물로 씻어낸 재료를 그대로 소금에 절인 음식이 발달한 반면 중국은 야채도 날것은 먹지 않고 기름에 볶거나 삶아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연 상태의 물 그대로를 마실 수 있음과 없음의 차이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다양한 문화적 특징을 만들어낸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물은 먹고 마시고 기본적인 기능 외에도 안보와 산업의 전략 자산으로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상하수도 시설은 평상시에도 군사 시설에 준하는 보호를 받으며, 통합적인 계획에 근거하여 관리된다.

주요 선진국들의 오밀조밀한 이해관계로 촘촘한 매듭이 짜여 있는 국제사회, 그곳에서 우리나라가 꽤나 자신 있게 내보일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 시스템과 정보통신 기술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 의료보험과 의무교육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상수도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의 상수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이 연계되어 함께 기능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공 자산이며 문화이다. 공기처럼 너무 당연해 잊기 쉽지만 집집마다 풍족하고 안전하게 향유하는 수돗물 소비는 아직도 전 세계 인구 중 일부에게만 주어지는 특혜이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자연환경과 현대 산업화 이후 모범적으로 완성한 상수도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식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민감성은 그 어느 나라보다 높다. 언제부터인가 생수를 사서 마시기 시작했고, 값비싼 정수기를 집집마다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고가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과열시키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사용 비용이 낮은 수돗물이 자칫 저렴한 물로 인식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물과 공기, 사람과 사회가 그 자체로 온전히 존재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 것들이 흔들리고 있다. 사람들의 두려움은 이를 방어하기 위한 소비로 이어지고 관련 산업의 필요에 따라 재생산되고 확산된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이 만들어지고 우리집 수도꼭지까지 안전하게 배달되기 위해서는 그 이면에 거대한 국가 시스템의 오류 없는 작동과 많은 이들의 노력이 전제되어 있다. 맑은 물을 언제나 어디서나 마음 놓고 마실 수 있음으로 인해 생활의 안전성이 확보되고 나아가 건전한 삶의 기틀이 마련된다. 수돗물 한 방울에는 물 그 이상의 가치와 잠재력이 담겨 있다.

2018년 무술년 밝은 아침, 탁상달력에 붉은 동그라미를 그리며 이런저런 한 해의 계획을 구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필자처럼 맑고 깨끗한 수돗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일도 좋을 것이다.

신경환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
#수돗물홍보협의회#식수#정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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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 2018-01-04 14:59:36

    문재인, 박원순도 안먹는 수돗물을 우리가 왜 먹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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