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 광장을 중심으로 한 광화문 시청 종각 등 ‘강북 도심 지하철 3역’ 일대가 특급 상권으로 떠올랐다. 직장인 위주였던 오피스 상권이 2016년 말 촛불집회 이후 시민들이 대거 찾는 ‘광장형 상권’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3일 SK텔레콤의 상권 분석 서비스인 ‘지오비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 상권 중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상권이 연 매출(5조8355억 원)과 1인당 매출(390만 원) 모두 1위였다. 1인당 매출은 상권의 연 매출을 유동인구로 나눈 것으로, 해당 상권을 방문한 사람이 소비한 금액을 뜻한다. SK텔레콤은 전국 기지국의 트래픽 정보와 상가업소 등을 분석해 주요 상권 100여 개를 추린 뒤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이들 상권의 연간 매출액을 비교했다. 대형 백화점 매출액은 분석에서 제외했다.
광화문역광화문역 상권은 2013년 연 매출이 7411억 원으로 20위였지만 4년 만에 8배 이상으로 늘면서 최고 상권으로 도약했다. 인근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상권도 2013년 연 매출 89위에서 지난해 5위(3조8080억 원)로 84계단 오르며 강북 상권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광화문역에서 청계천을 타고 이어지는 종각역 상권은 4년 전 4위에서 6위(3조597억 원)로 떨어졌지만 이는 광화문과 시청역 등 주변 상권이 커지면서 일정 수준의 매출이 흡수된 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도보로 10∼20분 거리인 이들 3개 역 상권을 합하면 연매출이 12조7000억여 원에 달한다.
SK텔레콤은 “한번에 100만 명 가까이 몰렸던 촛불집회 등 대형 행사가 수개월간 이어지며 시민들의 체류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6년 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청계천, 광화문 일대 식당에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일부 식당은 재료가 없어 일찍 문을 닫기도 했다. 청계광장 주변이 나들이 및 관광 코스로 부상하고 연중 각종 행사가 열리는 점도 이 일대 상권 활성화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전국 연 매출 2위는 서울 강남구 삼성역권으로 5조3699억 원이었고, 강남구 선릉역권(4조7870억 원), 강남역 북부(4조895억 원)가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은 코엑스와 어학원 등이 밀집한 젊은 층의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삼성역반면 2013년 1위였던 강남역 남부 상권(연매출 3조5289억 원)은 2017년 13위(8249억 원)로 12계단 떨어졌다. 지난해 삼성 서초사옥 인력이 대거 수원 삼성디지털시티로 옮겨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디지털시티가 있는 경기 수원 영통구는 2013년 100위권 밖에서 지난해 81위로 올랐다.
1인당 월평균 매출도 광화문역권이 39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2위는 강동구 천호역권으로 320만 원이었다. 1인당 월평균 매출이 300만 원을 넘은 곳은 이 2곳뿐이었다. 천호역권에는 로데오거리와 주꾸미골목 등이 있어서 학생과 직장인뿐 아니라 경기 하남 시민까지도 대거 흡수한 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유동인구 수가 가장 많은 곳은 부산 자갈치·국제시장 상권(59만170명)이었다. 2위는 종각역 인근(48만2760명)으로 젊은 층이 많이 몰리는 강남역 남부(45만 3948명)·북부(30만3690명)보다 유동인구 수가 많았다.
강북 상권 부활은 임대료 고공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전국에서 상가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은 종각역으로 평(약 3.3m²)당 18만4800원이었다. 전년 동기 15만3400원에 비해 평당 3만 원 넘게 올랐다. 광화문 인근 상가 임대료는 2016년 1분기 11만 원대까지 떨어졌지만 4분기 13만 원을 찍은 뒤 지난해 12만 원대를 유지했다.
비싼 임대료로 폐업하는 가게가 늘면서 강남은 임대료가 재조정되는 양상이다. 2016년 17만 원까지 치솟았던 압구정, 신사역 인근은 각각 13만 원대로, 13만∼15만 원 선이었던 강남역 부근은 12만8000원대로 각각 떨어졌다. 삼성역은 평당 12만5700원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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