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금투협회장 선거 4파전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4일 03시 00분


권용원-손복조-정회동-황성호 출마, 4일 오후 6시 후보 공모 마감
서류-면접 심사 거쳐 후보 3명 압축
25일 회원총회서 비밀투표로 결정… 회원사 늘린 자산운용업계 표심 관건

“새 회장이 누가 되는지 정부 눈치부터 보지 않겠어요?” ‘포스트 황영기’가 될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공모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판세는 안갯속이다. 민간 출신 인사들의 4파전이 예고된 가운데 투표권을 쥔 금융투자 업계의 관심이나 기대감은 예전보다 떨어져 있다. 업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했던 전임 황영기 회장처럼 중량감 있는 후보가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 정부 입김 우려…새 회장 기대감 낮아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까지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 정회동 전 KB투자증권 사장,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 등 4명의 전현직 증권사 최고경영자(CEO)가 출마를 선언했다. 협회는 4일 오후 6시 후보 공모를 마감한다. 깜짝 후보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현재의 분위기로서는 4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투자협회장은 증권사 56개, 자산운용사 169개, 부동산신탁사 11개, 선물사 5개 등 총 241개 회원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자리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들의 임직원 수는 4만50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황 전 회장을 뽑던 3년 전과 비교하면 선거 열기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는 분위기다. 유력 후보였던 황 전 회장이 “현 정부와 결이 다르다”며 연임을 포기하고 떠난 영향이 크다.

업계에서는 “금융지주 회장을 두 차례나 지낸 인사도 못 버티고 떠나는데 후임자가 소신껏 일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업계가 선출했던 전임 회장을 정부가 쫓아냈다”는 불만도 나온다. 황 전 회장은 은행과 대출업 중심의 금융시장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진단하고 증권업계의 역할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과정 등에서 정부와의 갈등을 내비치며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 캐스팅보트 쥔 자산운용업계

현재 업계에서는 권용원 사장이 4파전에서 다소 앞서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2009년부터 키움증권 사장을 지낸 ‘현직 프리미엄’이 강점으로 꼽힌다. 4명의 후보 가운데 유일한 50대이기도 하다. 권 사장은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이해가 높고 공직(옛 통상산업부)과 벤처업계에 몸담은 경험도 있다. 이런 이력 때문에 혁신·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는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오랫동안 공석일 때 후보로도 거론됐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머지 후보들의 경험과 연륜도 만만찮아 아직 판세를 예측하기는 이르다. 정 전 사장은 4개 증권사의 CEO를 지냈고, 황 전 사장은 증권사, 은행, 자사운용사 등 금융업계를 두루 경험했다. 손 회장은 2000년대 중반 대우증권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이다.

이번 선거는 신생 자산운용사들의 표심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160여 개 회원사가 참여한 지난 선거와 달리 이번엔 241개 회원사가 투표권을 갖고 있다. 이 중 대다수는 최근 크게 늘어난 전문 사모펀드 운용사들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해가 상충되는 증권사와의 관계에서 자산운용사가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선거에서는 자산운용 업계의 표심이 쏠리는 쪽이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후보들도 이를 의식해 자산운용 업계를 대변하는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황 전 사장과 손 회장은 자산운용협회를 분리하겠다고 했고, 정 전 사장은 자산운용 부문 부회장직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회장은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3명의 최종 후보를 선정한 뒤 25일 예정된 회원총회에서 비밀투표로 결정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이 안 되면 결선 투표를 치른다. 임기는 다음 달 4일부터 2021년 2월 3일까지 3년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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