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의 인터넷 브라우저인 크롬(구글)과 익스플로러(마이크로소프트·MS)가 세계 인터넷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한국과 중국, 일본 등 각국 기업들이 출시한 브라우저들이 최근 유의미한 성적을 내면서 판세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3일 글로벌 웹 조사 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한국의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구글 크롬이 54.46%로 앞서 나가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삼성 인터넷이 21.58%로 추격하고 있다.
데스크톱PC 브라우저의 경우 크롬(56.23%)과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34.56%)가 사실상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태인 가운데 네이버가 지난해 3월 내놓은 웨일 브라우저(0.95%)가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데스크톱보다는 스마트폰과 TV 등을 통해 브라우저 사용을 확산시키는 전략을 실행 중이다. 모바일, 태블릿PC, TV 등 다양한 기기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때 북마크, 비밀번호 입력 등 개인화되고 통일된 인터넷 경험을 주는 일종의 운영체제(OS) 같은 역할을 부여한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여러 개발자가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참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한동근 네이버 커뮤니케이션그룹 대리는 “한 번 통일된 경험을 누린 이용자들은 계속 동일한 서비스를 쓰려는 경향을 보인다”며 “애플 유저들이 운영체제 iOS로 연결된 컴퓨터 맥과 스마트폰 아이폰을 동시에 사용하려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브라우저 독립’ 움직임은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알리바바의 UC 브라우저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약진하는 모습이다.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모바일, 데스크톱 합산 기준)에서 UC 브라우저는 크롬(55.08%)과 애플의 사파리(14.83%)의 뒤를 이어 3위(8.67%)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인도에서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의 51%를, 인도네시아에서 41%를 차지하는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크롬을 10%포인트 이상 제쳤다. 이는 저가형 스마트폰에 적합한 저용량인 31MB(메가바이트)로 구성됐다는 장점에 따른 것이다. 이 용량은 크롬(125MB)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
이 밖에 노르웨이의 오페라 소프트웨어가 일찌감치 선보인 오페라의 점유율(4.02%)은 미국 비영리재단 모질라가 만든 파이어폭스(5.74%)에 근접해 있다. 일본 펜리르가 만든 슬레이프니르는 자국 시장에서 점유율 0.39%를 기록하고 있다.
20여 년간 브라우저 시장은 이른바 ‘왕좌의 게임’을 계속해왔다. 1990년대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넷스케이프사의 넷스케이프가 양분해 오다가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파이어폭스의 등장으로 변화의 조짐이 일었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사파리와 크롬의 가세로 현재의 브라우저 시장 구도가 형성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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