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도… 가상통화 올해 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4일 03시 00분


전문가들 새해 전망 엇갈려

‘4만2960%.’

가상통화(가상화폐) ‘리플(XRP)’의 지난해 상승률이다. 1년 전 이맘때 1코인당 0.6센트 안팎이던 리플은 지난해 12월 30일 한때 3달러를 넘어섰다. 다른 가상통화도 가격이 무섭게 올랐다. 지난해 비트코인은 전년 대비 16배, 이더리움은 95배로 뛰었다.

올해는 어떨까. 정부가 본격적으로 규제에 나서면서 전문가 예측도 엇갈리고 있다. 높은 변동성이 가상통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견과 하나의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주장이 맞붙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파티는 끝났다”라고 말한다. 지난해 같은 급등은 어렵다는 뜻이다. 김남수 삼성증권SNI코엑스인터컨티넨탈 PB팀장은 “가상통화의 높은 변동성이 광풍을 일으켰지만 부작용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규제 등으로 가격 변동성이 낮아지면 시장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 열풍이 사그라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도 “단기 과열돼 있고 국내에선 제도권 편입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상통화가 하나의 재테크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반박한다. 김명자 KEB하나은행 강남PB센터 골드PB 부장은 “주요 거래소만 남게 되면 가격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고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올해 비트코인이 1코인당 최대 3만 달러, 이더리움은 2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김영웅 신한은행PWM목동센터 팀장은 “제도권 편입까지는 어렵더라도 상반기 열풍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선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 예산국장을 지냈던 데이비드 스토크먼은 최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열풍은 재앙으로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지금보다 2, 3배가 될 수 있지만 제로(0)가 될 수도 있다. 핵심은 가상통화가 교환가치가 인정되는 진짜 화폐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원자재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데니스 가트먼도 비트코인이 50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올해가 가상통화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직장인, 대학생까지 투자할 정도로 일반인에게 알려졌고 정부도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올해에 비로소 진정한 가치 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율리안 호스프 싱가포르 가상통화 테넥스(TenX) 창립자는 “아직 가상통화가 금융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설명되지 않은 상태”라며 “올해 비트코인의 역할과 가치가 정립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아직까지 거래수단으로 가상통화를 이용하는 데 회의적인 분위기다. 조주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가치 변동성이 심해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무역 거래 시 가상통화를 이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도 “블록체인이 화두다 보니 관심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결제 수단으로 쓰기엔 등락폭이 커 리스크가 크다. 게다가 은행 역할을 하는 거래소들도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가상통화 거래소는 이 같은 분위기를 파악하고 서버 증설, 보안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달 중 문을 여는 한국·중국 합작 거래소인 ‘지닉스’는 출금할 때 일회용 비밀번호(OTP) 인증을 요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가상통화#리플#규제#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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