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大戰… ‘한국판 골드만삭스’ 누가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5일 03시 00분


대형증권사 올해 전망 희비 갈려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출을 선언하며 덩치 불리기에 나섰던 대형 증권사의 수장들이 ‘한국판 골드만삭스’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인 발행어음 업무(단기금융업) 인가를 가장 먼저 받은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영토 확장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협금융을 ‘한국판 맥쿼리’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던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글로벌 IB로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인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등은 맹추격전을 준비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약 1조 원어치의 발행어음을 판매했다. 올해는 4조 원, 2020년엔 8조 원을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발행어음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은 기업 대출, 부동산 금융 등에 쓸 수 있다. 유 사장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인 기업들이 벌써부터 줄지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초대형 IB 경쟁에서 한투가 한발 앞서 나가면서 올해 3월 임기가 끝나는 유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 사장은 12년째 사장을 지내고 있는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만만찮다. 농협금융의 새 수익원으로 기업투자금융(CIB)을 키우고 있는 김용환 회장의 도전은 청신호가 켜졌다. 단기금융업 인가의 걸림돌로 꼽혔던 김 회장의 채용 청탁 혐의가 최근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 10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올해 4월 임기가 끝나는 김 회장이 ‘2호 단기금융업’ 진출을 발판으로 연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지 눈길을 끌고 있다. 김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범농협의 자금력과 증권사의 IB 네트워크, 자산운용사의 운용 역량을 결합해 CIB를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안착시키겠다”고 밝혔다.

박현주 회장은 투자 확대를 통해 본인의 인생 목표인 ‘글로벌 IB’로 한 발짝 도약하겠다는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 등으로 발목이 잡힌 단기금융업 대신 유상증자를 통해 덩치를 키우기로 한 것.

미래에셋은 조만간 7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증자로 현재 7조3000억 원대인 자기자본은 8조 원을 넘어선다. 4조 원대인 다른 대형 증권사의 자기자본을 압도하는 규모다.

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미래에셋이 새로운 20년을 시작하는 첫해이며, 제2의 창업을 위한 출발점”이라며 “글로벌 시장의 IB들과 경쟁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박 회장이 최근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꼽히는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수조 원대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다.

삼성증권과 KB증권의 올해 단기금융업 인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을 이유로 심사를 보류한 상태다. 삼성증권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 지분 0.06%를 가진 이 부회장을 대주주로 봐야 하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대주주 신용공여금지 위반으로 금융감독원의 기관경고를 받은 KB증권은 3일 “금리 인상 기조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해 사업성을 재검토한다”며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을 철회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투자은행#ib#골드만삭스#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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