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해소제, 술보다 잘나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5일 03시 00분


주류 판매 2%대 성장 머무는데 숙취해소제 시장은 약 10% 성장
젊은층 절반이상 “폭탄주 즐긴다”… 음주량 적어도 숙취해소제 찾아
업계, 제품 다양화로 2030 공략

숙취 해소 제품은 술의 보완재다. 하지만 주류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에서도 숙취 해소 제품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술은 조금 마셔도 20, 30대 사이에서 숙취 해소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소주, 맥주, 와인 등 주류 시장은 점차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 2015년 5.5%이던 성장률은 2016년 2.7%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주류 제품이 거의 없었으며, 회식문화가 점차 술을 가볍게 마시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시장 규모가 눈에 띄게 커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숙취 해소 제품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AC닐슨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숙취 해소 제품 전체 시장은 1800억 원이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0% 성장한 2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 중 숙취 해소 음료만 따져도 지난해 1∼10월 판매액 규모는 1487억 원으로 이미 2016년 1∼10월 판매액(1296억 원)을 넘었다.

이런 추세는 국민 주류 소비문화가 달라진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주류 소비·섭취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민 1회 평균 음주량은 예년보다 줄어들었다. 1회 평균 음주량은 소주(50mL) 6.1잔, 맥주(200mL) 4.8잔으로 2013년 조사 결과인 소주 6.4잔, 맥주 5.6잔보다 감소했다.

하지만 2030세대 사이에서는 술을 섞어 마시는 일명 ‘폭탄주’를 즐기는 비율이 전년보다 높아졌다. 적게 마시더라도 독하게 마신다는 의미다. 20대 응답자의 55.7%가, 30대 응답자의 54.5%가 폭탄주를 마신다고 답했다. 전년보다 각각 5.6%포인트, 11.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40∼60대 중장년층에서는 이 비율이 40%대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런 까닭에 숙취 해소 제품 시장에 새롭게 뛰어든 업체들은 주 고객층으로 20, 30대를 공략하고 있다. 2014년 시장에 진출한 한독 ‘레디큐’는 20, 30대를 상대로 한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진행하며 지난해 1000만 병 판매를 돌파했다. 동아제약 모닝케어 또한 30대 판매가 가장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양사의 ‘큐원 상쾌환’은 환 형태로 먹기 쉽다는 장점 덕에 젊은층 판매가 늘면서 전년 대비 지난해 매출이 3배 늘었다.

제품의 프리미엄화도 진행 중이다. 4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CJ헬스케어 ‘컨디션’은 지난해 병당 1만 원 하는 ‘컨디션CEO’를 출시하기도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음료 형태뿐 아니라 젤리,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형태가 등장하면서 타깃이 젊은층으로 급속하게 내려갔다”고 말했다. 특히 숙취 해소 제품은 진입장벽이 거의 없어 시장 진출이 용이하다. 그런 이유로 더 빠르게 시장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숙취해소제#폭탄주#술#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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