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까지 수익형 부동산 34만건… 토지도 301만 필지 넘어 활황세
규제 많은 아파트 대신 투자 급증… 3분기 땅값 상승률, 집값의 2배
“금융비용-공급량 고려해 투자를”
부산에 사는 사업가 김모 씨(53)는 여윳돈 23억 원으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아파트에 투자하려다 마음을 바꿨다. 잇따른 정부 규제로 아파트 매물이 사라진 데다 보유세 인상 등 추가 규제 가능성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강남권의 상가주택으로 눈을 돌렸다. “아파트 대신 정부 간섭이 덜한 상업용 부동산을 사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하다. 건물에 들어 있는 세를 안고 사면 투자금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정부가 아파트 시장을 규제하자 상업용 부동산과 토지가 대체 투자처로 뜨고 있다. 강남 아파트가 여전히 블루칩이긴 하지만 시장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반영돼 있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상가, 오피스, 오피스텔 등 전국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34만7047건이다. 역대 최고치인 2016년 한 해 거래량(25만7877건)을 이미 넘어섰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거래된 토지는 301만8475필지로 1∼11월 누적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많다. 지난해 월평균 거래액이 28만 필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거래량 역시 2015년(308만6529필지)을 뛰어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 거래는 위축된 모습이다. 서울 아파트 시장을 이끄는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 아파트 거래량은 2016년 3만157건에서 지난해 2만5747건(11월 누적 기준)으로 15% 줄었다.
연이은 정부 규제로 주택 대신 수익형 부동산으로 투자자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아파트 대신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상담고객이 최근 부쩍 늘었다”며 “강원이나 충청의 토지 현장 설명회나 서울 강북이나 경기 하남 등의 50억 원 이하 ‘꼬마빌딩’ 컨설팅 참가자를 모으면 10분도 안 돼 마감될 정도”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지 및 상업용 부동산 가격도 오름세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땅값 상승률(1.06%)은 집값 상승률(0.55%)의 2배에 육박했다. 빌딩 중개 전문 법인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2014년 55억 원에 거래됐던 서울 한남동의 한 상가 건물 시세는 현재 90억 원으로 뛰었다. 2013년 6월 16억3000만 원에 거래된 종로구 동숭동의 상가 건물 역시 지난해 6억 원이 올랐다.
아파트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온도차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연구원은 올해 전국 주택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주택 거래가 최근 5년 새 가장 적은 80만 채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주택시장 전망이 어두운 데다 금리 인상 폭이 크지 않아 시중 유동자금이 상업용 부동산으로 많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소임 리얼티코리아 수석연구원은 “빌딩 투자의 경우 일반 아파트에 비해 투자금이 많이 필요해 이자 등 금융비용 부담이 큰 데다 최근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피스, 오피스텔 공급이 집중된 곳이 많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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