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하이트진로 107억 과징금… 총수 2세-대표이사 검찰 고발
맥주캔 재료-밀폐용기 뚜껑 살 때 계열사 끼워넣기 등 부당 거래
회사측 “오래전에 개선된 문제… 행정소송 통해 의혹 해소할 것”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총수일가 소유의 회사를 10년간 부당 지원한 혐의로 재계 55위인 하이트진로그룹 총수 2세가 검찰에 고발됐다. 특히 법망을 피하기 위해 납품회사 등을 동원해 일감 몰아주기와 ‘통행세’ 제공 등 각종 변칙적인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나 거액의 과징금도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트진로가 2008년 4월부터 10여 년간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를 부당 지원한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07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과징금 규모는 부당 지원을 한 하이트진로 79억5000만 원, 부당 지원을 받은 서영이앤티 15억7000만 원, 부당 지원을 도운 삼광글라스 12억2000만 원 등이다.
또 부당 지원 행위를 주도한 총수 2세 박태영 하이트진로 경영전략본부장(부사장)과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김창규 상무 등 경영진과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2007년 12월 박태영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후 각종 통행세 거래와 우회 지원을 통해 서영이앤티에 막대한 부당 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서영이앤티는 지난해 12월 말 현재 박태영 부사장(장남) 58.44%, 박문덕 회장(총수) 14.69%, 박재홍 상무(차남) 21.62% 등 총수일가 지분이 99.91%에 달한다.
구체적인 부당 지원 행위를 보면 하이트진로는 2008년 4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삼광글라스에서 직접 사던 맥주용 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면서 1캔당 2원의 통행세를 지급했다.
하이트진로는 통행세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2013년 이후부터는 직접 통행세를 주는 대신 삼광글라스에 원재료를 살 때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어 사도록 요구했다. 이 때문에 을의 위치에 있는 삼광글라스는 맥주캔 원재료뿐만 아니라 맥주캔과 상관없는 밀폐용기 뚜껑도 서영이앤티를 거쳐서 샀다.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가 주식을 비싸게 팔 수 있도록 우회 지원하기도 했다. 납품업체에 ‘서영이앤티의 자회사 주식을 시가보다 11억 원 더 비싸게 사면 8년간 영업이익률을 보장해 주겠다’고 요구하며 이면계약을 맺은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런 방식으로 서영이앤티가 몸집을 불리는 걸 도왔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서영이앤티에 100억3000만 원을 직접 지원했다고 밝혔다.
서영이앤티는 이후 박문덕 회장의 지분 증여 등을 통해 현재 그룹을 지배하는 주요 최상위 회사가 됐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하이트진로는 중소기업에 피해를 끼쳐가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것”이라며 “다른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도 엄중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는 “공정위의 지적 사항은 이미 오래전에 개선된 것들로 문제가 없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2012년부터 관련 문제들을 개선하고 소명도 계속해왔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입장 차이가 있는 만큼 향후 행정소송 등을 통해 의혹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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