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파키스탄에 ESS 공급… 전력신기술 해외진출 ‘물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3일 03시 00분


이에스에스콤, 펀자브주와 양해각서 체결… 현지법인 설립
‘에너지 절감장치’ 美-日특허… 북미-서남아시아 진출 강화

사지다 줄피카르 여성 국회의원 이에스에스콤 파키스탄 사무실 개소식.
사지다 줄피카르 여성 국회의원 이에스에스콤 파키스탄 사무실 개소식.
국내 한 벤처기업이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와 전력시스템 공급 등 경제협력 기반을 다지며 민간 외교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전기절감 시스템 전문기업인 ㈜이에스에스콤이장헌 회장 일행은 지난해 11월 16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북동부 펀자브(Punjab)주 투자청(PBIT) 청장, 에너지부 차관 등 에너지 및 경제 관련 기관장들과 만나 양국 간의 전력 인프라 건설 등 다방면에 걸친 교류 및 협력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한여름 최고 온도가 50도에 육박하는 파키스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전력난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인구에 비해 전력난도 해마다 심화되고 있다. 약 53%의 도시민이 하루에 8시간의 정전 사태를 겪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럼에도 전기료는 매년 높은 폭으로 인상돼, 파키스탄 사람들은 열악한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보통의 파키스탄 국민들에게 에어컨은커녕 선풍기조차 사치일 뿐이다.

파키스탄의 총 전력 수요는 약 1만7000 메가와트(MW)인 데 비해 실질적인 전력발전소의 생산량은 수요의 절반을 따라가지 못한다. 국영기업인 파키스탄 수자원개발공사가 약 30곳의 수력·화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늘 5000∼6000 메가와트의 전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파키스탄에선 전력난으로 경제 성장마저 차질을 빚은 지 오래다. 잦은 정전 등 전력난 탓에 파키스탄 공장들이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일이 잦아지자 해외 바이어들이 방글라데시나 베트남 등 다른 나라로 공장을 옮기는 일이 빈번하다.
PEECA MOU 체결 이에스에스콤 일본 지사장 Ms. Atsuko Kanno.
PEECA MOU 체결 이에스에스콤 일본 지사장 Ms. Atsuko Kanno.
에너지부 장관 Charudhry Sher Ali Khan(Minister for Mines Minierals&Energy, Punjab) 에너지부에서 미팅 후.
에너지부 장관 Charudhry Sher Ali Khan(Minister for Mines Minierals&Energy, Punjab) 에너지부에서 미팅 후.

만성적인 전력난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 입장에서는 전력부문에 대한 해외기업의 협력과 협업이 절실하다. 따라서 현지에서는 이번 한국기업의 참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스에스콤 일행은 이날 펀자브주투자청(PBIT) 자한제브 부라나 청장과 현지 ESS시스템 제조공장 설립 등 에너지 인프라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국내 전력시스템 업체가 서남아시아 개발지역인 파키스탄 정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이 회장과 파키스탄주 정부 대표의 협의는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펀자브주가 ESS 전력 신기술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향후 다양한 분야에 걸친 협력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스에스콤 관계자에 따르면 PBIT는 이번 양해각서에 따라 ESS시스템 현지 생산 및 제조공장 설립 시 토지 등 필요시설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또 면세기간 확대, 자본재와 기계류에 대한 수입관세 면제, 전기 인프라 프로젝트 펀드 조성·운영에 관한 투자 등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찾아나갈 계획이다.
펀자브주투자청 양해각서(MOU) 체결.
펀자브주투자청 양해각서(MOU) 체결.

파키스탄 에너지부 길라니 차관은 이날 “우선 8만6000여 곳의 정부 건물과 공공기관 사무실 중 5만 곳부터 ESS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건물 설치 후 주택 등 민간 건물로 ESS시스템을 확산시키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스에스콤 측은 이번 방문에서 파키스탄 에너지효율 관리기관(PEECA) 관계자를 비롯해 두바이 투자개발 회사인 엔스파이어(ENSPIRE)그룹 CEO 알리 사자르(Dr.Ali Sajad) 회장, 현지 국회의원 등 여러 관계자를 면담했다.

이에스에스콤은 앞서 PEECA와 ESS시스템 파일럿 프로젝트(시범사업)에 나선 바 있다. PEECA 사무실에 ESS시스템을 우선 설치한 결과 에너지 절감률이 설치 전보다 무려 14.7%나 높아졌음이 확인됐다. PEECA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에스에스콤은 현지 건물에 ESS 시스템을 설치해 3회 이상 성능시험을 완료하고 올 상반기 중 물품공급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파키스탄 정부에서도 ESS시스템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기에너지 절감 신기술의 우수성은 파키스탄 국영방송 저녁 9시 뉴스에 소개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파키스탄 현역 국회의원도 이 회장 일행을 면담하고 양국 간의 교류에 지원과 협력을 요청했다.

국회의원인 사지다 줄피카르는 “한국의 EPI(에너지 성능지표) 제도를 본받아 제도적으로 EPI 도입을 장려할 것”이라며 “파키스탄 신축 건물에 ESS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글로벌 투자개발 회사인 엔스파이어도 이에스에스콤에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알리 사자르 회장은 “올해 안에 파키스탄 에너지 사업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약 50억 달러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이에스에스콤과 전략적 상생 파트너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엔스파이어는 최근 파키스탄 신(新) 전력시스템 건설에 대한 참여의향서(EOI)를 이에스에스콤 측에 전달하고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하는 등 프로젝트 펀드 조성·운영에 관한 협력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 세계를 무대로 석유 및 가스, 에너지 분야에서 25년간의 풍부한 투자경험을 갖고 있는 엔스파이어는 사업 타당성 조사 후 이에스에스콤에 필요자금의 70∼80%를 지원하겠다는 의향을 전달했다.

파키스탄의 가정용 ESS 공급 대상 주택이 무려 1억 가구임을 감안하면 에너지절감 신기술 수출이라는 청사진이 조만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스에스콤 관계자는 “향후 파키스탄 경제 핵심인 펀자브주를 중심으로 한국과 파키스탄의 경제 및 교육, 복지교류에 앞장서는 민간 외교 대사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최근 서남아시아 경제 핵심기지로 급부상하고 파키스탄에 한국의 선진 전력인프라 기술을 전파해 양국이 상호 발전하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20년 전기절감시스템 외길… ‘기술보국’ 앞장


이에스에스콤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창업해 기업을 안착시키고, 지금의 기술 집약형 글로벌 중소기업을 일궈낸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기로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고,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신화를 창조해냈다. 이 회사가 전기에너지를 근원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신기술을 개발해 수많은 시설물의 전기안전 향상과 전력효율 향상에 기여한 성과는 지대하다.

전기에너지 절감시스템의 개념조차 모호하던 시절에 가능성을 내다보고 20년 넘게 기술개발에 매진해 이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력절감 분야에서 이 회사의 기술은 세계 톱클래스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에스에스콤 기술을 만나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기술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수출 증가세도 상승 그래프를 이어가고 있다. 남미에서는 3억 달러에 이르는 수출 의향서와 약 2000만 달러의 수출 오더를 접수했다. 이를 통해 국가 경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동안 이 회사가 별다른 홍보 없이 전기에너지 절감시스템을 국내외 시장에 보급하고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비결은 ‘집중화’와 ‘기술’에 있었다.

기술에 대한 신념과 투자는 현장 실무자 출신인 이장헌 회장의 일관된 경영철학이자 고집이다. 이 회장은 대한전기협회 출신이다. 10여 년간 협회에서 화재 및 감전사고 조사와 전기사용 합리화 진단 업무를 했었다. 그런 만큼 전기안전과 전력효율 향상의 핵심 요소를 속속들이 꿰고 있는 산증인이다. 그는 배선의 노후화를 일으키고 전력 효율을 떨어뜨리는 전기적 쇼크 문제를 해결하면 에너지 절약과 화재 사고 예방, 두 가지 큰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술개발에 매달려 탄생한 것이 ESS 신기술이다.

이에스에스콤은 최근 해외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좁은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에서 ‘ESS 바람’을 불어넣을 채비를 하고 있다. 창업 때부터 염두에 뒀던 수출보국(輸出報國), 기술보국(技術報國)이라는 초심을 잃지 않고 에너지 신기술 수출이라는 기적을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전기·전자 강국인 일본에서 일찌감치 발명특허를 획득하고 일본 정부로부터 9000만 엔의 기술자본금을 지원받아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일본 법인을 주축으로 남미에 진출해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에도 법인을 세웠다. 국내는 물론 일본과 중국에 ‘ESS’를 상표 등록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했다. 전기에너지 절감장치는 2012년 일본 특허에 이어 지난해 7월 미국 특허도 획득했다. 이전까지 남미시장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북미, 서남아시아 지역으로 진출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공공 및 민간 시설물 130여 곳에 전력절감 신기술이 적용됐지만 세계시장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낮은 상황. 그만큼 공략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회장을 비롯해 이에스에스콤 가족들은 조급해 하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고 긴 호흡으로 미래를 내다본다. 적극적인 기술마케팅과 해외 수출 채널 확대를 선언한 만큼, 올해부터 세계 곳곳에서 이 회사의 전력절감 신기술 수주 낭보가 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상연 기자 j301301@donga.com
#ess#물꼬#이에스에스콤#전기절감시스템#펀자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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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추천 많은 댓글

  • 2018-02-21 23:47:28

    이에스에스콤이 에너지관리공단에서 효율을 인정받았다는기사는 오보임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질의한결과는 최저수치가 -3.16으로 나왔음(거꾸로 전기가 더 소비할수있음)

  • 2018-02-19 22:33:57

    이에스에스콤의 제품은 에너지관리공단에 질의한 결과는 -3.16~ +10.53인데 그 최하수치가 -3.16으로 경제성이 없음

  • 2018-02-21 23:40:21

    파키스탄 펀자부주와 양해각서계약은 (주)이에스에스콤 국내 주주들과는 관계없음,ESS JAPAN(이에스에스일본법인)과 펀자부주와의 계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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