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연령-장애 초월한 ‘유니버설 디자인’에 관심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5일 03시 00분


일본 규슈 후쿠오카에 위치한 대규모 지하상가 텐진지하가(天神地下街)를 후쿠오카 명물로 만든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화장실이다. 도서관, 미술관 등을 콘셉트로 한 고급 화장실이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하지만 텐진지하가 화장실이 돋보이는 진짜 이유는 ‘배려’다. 관광객들을 위해 중국어, 영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화장실 안내 표지판을 만든 건 기본이다. 화장실 입구의 턱을 없애 휠체어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세면대 높이를 낮추고 다양한 높이의 거울을 비치해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의 모습을 편하게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노인이나 장애인도 쉽게 용변을 볼 수 있도록 변기 주위에 긴 막대기 형태의 손잡이를 설치했다.

이처럼 성별, 국적,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제품의 형태를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고 일컫는다. 유니버설 디자인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누구나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다양한 환경에서도 사용이 자유로워야 한다. 사용법이 직관적이며 정보가 간단하고 쉬워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잘못 사용하더라도 사고가 방지되고 쉽게 복구가 가능하며 힘을 적게 들여도 쉽게 쓸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이 가장 먼저 적용될 수 있는 공간은 병원이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인구가 늘었고 이들의 병원 방문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는 휠체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병원 복도를 넓히거나 화장실 구조를 변경하는 것이 먼저다. 누구나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턱을 없애고 쉽게 틀고 잠글 수 있도록 샤워기를 개선하며 휠체어에 앉은 채 샤워가 가능하도록 고안할 필요가 있다.

앞서 텐진지하가 화장실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화장실은 단순히 용변을 보거나 화장을 고치는 곳이 아니라 유니버설 디자인을 실현해 낼 수 있는 생활공간이 될 수 있다. 화장실 하나만으로도 그 사회의 배려를 알 수 있는 시대다.

김진영 연세대 의대 의학교육학과 교수 kimjin@yuhs.ac
#dbr#유니버설 디자인#텐진지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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