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지령3만호/현대중공업]세계 조선사의 신화… 4개사로 분할 제2도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6일 03시 00분


1972년 3월 23일 오후 2시 울산 미포만 백사장. 정주영 창업자를 비롯한 현대중공업 임직원과 각국 주한 대사, 울산시민 등 5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기공식이 열렸다.

이날 울산조선소 기공식은 우리나라 조선업의 기공식이자 우리나라 조선업이 본격적으로 세계무대에 뛰어들었음을 선언하는 상징적인 행사이기도 했다. 정주영 창업자는 이날 세계 조선사상 전례가 없는 최단 공기 내 최소의 비용으로 초대형 조선소와 2척의 유조선을 동시에 건설하겠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을 밝혔다.

당시 정 회장은 “우리나라 공업 발전과정에 획기적인 이 대사업은 초창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우리는 근면과 노력으로 정부와 국민의 협력을 얻어 본 사업을 필히 성취시킬 결심입니다”는 각오를 다졌다.

11년 뒤 1983년,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에 올랐다.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는 1985년 특집호에서 1983년 건조량을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을 조선 부문 세계 1위 기업으로 선정했다. 조선소 기공식을 가진 지 11년, 선박건조 시업식을 가진 지 불과 10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는 1973년과 1978년의 1, 2차 오일쇼크 위기를 겪은 뒤 이뤄낸 성과여서 더욱 의미가 컸다.

꾸준히 조선업계의 리더 역할을 맡아 온 현대중공업은 최근 세계적인 조선업계 수주가뭄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현대중공업그룹은 ‘4인 5각’의 끈을 풀고,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등 4개 회사로 분할돼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각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특성에 맞는 독립경영체제를 갖췄다.

전례 없는 일감 절벽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체질개선 작업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1조287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실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경쟁사와는 차별된 재무건전성을 확보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향후 수주전에서 경쟁 우위를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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