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 올라 목적지를 말하니 택시운전사가 목적지를 다시 크게 되물었다. “예”라고 대답하니 음성 인식 지도를 작동시키는 것이라고 알려줘 멋쩍게 웃었던 적이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이처럼 곳곳에서 일상이 되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AI)이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바꿀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이런 변화들이 정보기술(IT) 주식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IT 종목 투자자들은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활용이 늘면서 반도체 수요와 관련 투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IT 종목 주가는 이런 기대를 배반했다. 올해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가 기대를 밑돈 지난해 4분기(9∼12월) 잠정실적을 발표하자 시장은 고민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올 1분기(1∼3월) 삼성전자 실적이 전 분기보다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장기 호황)에 따라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시장의 불안은 더 커졌다.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애플도 IT 종목의 부진을 부채질했다. 지난해 선보인 ‘아이폰X’의 판매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최근엔 조기 단종 전망까지 나온다. 이 여파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관련 부품 주문도 줄고 있다. 부품 제조사들이 이제는 투자보다 공장 가동률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국내 IT 종목 전망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부 우려와 달리 한국은 4차 산업혁명 흐름에 크게 뒤처지지 않았다. 오히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잠재력 있는 기업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온라인 게임, 방탄소년단 등 케이팝을 앞세운 한류 콘텐츠는 세계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을 기반으로 한 통신망과 반도체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
다시 IT 투자자의 입장으로 돌아와 보자. 당장은 실적 기대감이 떨어져 주가 전망치가 낮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주식을 싸게 샀을 때 결과가 실망스러웠던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반도체 사이클만 보고 삼성전자 매수가 너무 늦었다고 단정 짓기보다는 차세대 반도체 시장과 AI 기반의 미래 먹을거리를 보고 투자 기회를 찾는 혜안이 필요하다. 지금 내가 보유한 IT 주식 가격에 너무 실망하지 말자. 한국 IT업계의 미래는 여전히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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