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구글 연대” 내건 네이버, 佛스타트업과 손잡고 유럽 공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1일 03시 00분


파리 캠퍼스 ‘스테이션F’ 입주… ICT 분야 유망기업 20여곳 지원
“모든 걸 독점하는 구글에 대항”
오디오기업 등 혁신기업 투자 활발 “유럽서 영향력 높일 효과적 수단”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스타트업 캠퍼스 단지인 스테이션F에 있는 네이버의 ‘스페이스 그린’에 입주한 스타트업 직원들이 기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파리=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스타트업 캠퍼스 단지인 스테이션F에 있는 네이버의 ‘스페이스 그린’에 입주한 스타트업 직원들이 기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파리=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네이버와 함께 일한다고 하면 아직도 네이버가 어떤 회사인지 묻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실생활과 밀접한 콘텐츠를 다루는 아시아 인터넷 기업을 관심 있게 보는 유럽인들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찾은 프랑스 파리 스타트업 캠퍼스 단지 스테이션F. 이곳에서 만난 프랑스 기업 VLC의 프로그램 개발자 뤼도비크 포베 씨는 네이버의 유럽 공략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유럽 스타트업들과의 윈윈 효과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VLC는 고깔 모양 마크로 잘 알려진 동영상 플레이어 개발업체다. VLC 사내 벤처팀은 지난해부터 스테이션F에 들어와 네이버와 협업하고 있다. 네이버는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스테이션F 인큐베이터 기관 27곳 중 하나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스테이션F에서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몰려든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게 인큐베이터들의 역할이다. VLC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여러 사이트에 있는 동영상들을 선별해 선보이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네이버의 플랫폼 및 인터넷 이용자 빅데이터 등과 시너지를 내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네이버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장기적으로는 공동사업도 계획 중이다.

스테이션F에서 ‘스페이스 그린’으로 명명된 네이버 공간은 네이버의 유럽 전진기지다. 네이버는 2016년 7월 라인을 일본 증권시장에 상장한 후 ‘이제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 진출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 후 1년 뒤 스테이션F에 들어왔다. 현재 20여 개 스타트업이 스페이스 그린에서 네이버의 지원을 받고 있다. 주로 유럽에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스타트업들이다.

이곳 스타트업들은 네이버가 구글에 맞설 잠재력을 지닌 기업이라는 판단에서 네이버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강현실(AR)에서 쓰이는 아바타를 제작하는 스타트업 갭시의 창업자인 뤼카 부유 대표는 “유럽에서는 모든 걸 독점하려는 구글에 반감을 지닌 젊은 창업자들이 힘을 합쳐 구글에 대항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스타트업들이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해 바로 성과를 내기는 힘들지만 장차 구글이 아닌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스스로도 유럽에서 이른바 ‘반(反)구글 연대’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목표를 감추지 않는다. 에밀리 쿠드라 스페이스 그린 책임자는 “유럽에서 당장 구체적인 사업을 하거나 돈을 벌기보다는 견고한 협업 체계를 조성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스테이션F의 다른 인큐베이터들과 달리 스타트업들에 입주비를 따로 받지 않고 공간을 내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 대신 스페이스 그린의 입주 조건은 까다롭다. 소비자와 밀접한 콘텐츠와 관련 있는 차별화된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기존에 네이버와 협업하는 스타트업들의 평가도 중요하다. 탄탄한 연대를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6월 프랑스 그르노블에 있는 인공지능(AI) 연구소인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곳은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 등 AI 분야에서 선도적 기술을 연구해온 업체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네이버가 개발 중인 3차원(3D) 지도, 로봇 등 AI에 기반을 둔 생활환경지능 기술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유럽에서 혁신기술 기업 인수에 앞서 이 기업들에 대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16년 9월 한국계인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부 장관이 세운 벤처 캐피털 업체인 ‘코렐리아 캐피탈’에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과 함께 1억 유로(약 1330억 원)를 출자했다. 코렐리아 캐피탈을 통해 프리미엄 오디오 기술을 가진 프랑스 스타트업인 ‘드비알레’에 투자했다. 스피커 ‘팬텀’으로 전 세계에 마니아를 확보한 드비알레는 올해 한국에도 매장을 낼 계획이다. 네이버의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인 AI 스피커와 드비알레의 프리미엄 스피커가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캉탱 사니에 드비알레 공동 창업자는 “프랑스는 스타트업이 질적, 양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혁신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협업하는 것은 네이버의 영향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리=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스타트업#유럽#네이버#인터넷#기업#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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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18-01-31 08:39:35

    오늘1월31일은 음력섣달보름 35년만에 제일큰보름달이라는 블루슈퍼문이뜹니다 온세상메스컴이떠들고있는데 웬일인지 문빠들이조용합니다 왜일까요 정작이날엔 완전개기월식으로 그잘난 달이사라져버린다는것입니다 트럼프가 오늘 깜짝놀랄 발표를 한답니다 문재앙개놈은 시방 죨라떨고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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