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영업이익 53조65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영업이익 50조 원을 돌파한 데는 반도체 사업에서만 35조2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힘이 크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의 65%에 해당하는 규모로, 불과 1년 전만 해도 반도체 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46.5%를 차지했던 점을 감안하면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매분기 사상 최대 실적 릴레이를 이어온 반도체 사업은 4분기에도 또 한번의 신기록을 세우며 10조9000억 원의 분기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률은 51.6%로 3분기에 이어 50%를 넘겼다.
반도체 사업이 이렇게 늘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것만은 아니다. 글로벌 D램 업체의 경쟁이 치열했던 2008년 4분기에는 69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적자는 2009년 1분기(-3100억 원)에도 이어졌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가격인하 경쟁인 ‘치킨게임’이 일단락되기 전인 2014년 1분기까지도 분기 영업이익은 1조 원대 안팎이었다. 당시 IT모바일(IM) 부문이 6조 원을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던 것과 크게 비교되는 상황이었다. ‘미운 오리새끼’에 더 가깝던 반도체 사업은 2015년 들어서야 안정적으로 분기 평균 3조 원대 영업이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오랜 치킨게임 끝에 D램 시장에서 확고한 1위를 차지한 이후 반도체 사업에서 ‘초 격차 전략’을 이어온 것이 수년 만에야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등 부품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적기에 이뤄져야 하는 사업 특성이 있기 때문에 수익성을 올리는 게 쉽지 않다”며 “지금이야 다들 삼성전자엔 반도체 사업이 있으니 미래 걱정이 없겠다고 하지만 그만큼 업황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는 걸 우리는 경험해봤기 때문에 리더의 판단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안다”고 했다. 언제까지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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