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철마다 대표이사 자리에 새로 오르는 사람들이 생긴다. 신임 대표들이 당장 직면하는 과제는 조직 장악이다.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려면 임원들을 비롯한 직원들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임 대표는 어떤 과정을 거치며 조직을 장악해 나갈까.
스위스 취리히대 사이들 교수 연구팀은 유럽 8개 기업을 대상으로 신임 대표이사 취임 이후 이들이 조직을 어떻게 장악해 나가는지 3년간 추적 조사하는 사례 연구를 진행했다. 각 기업의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을 포함한 관련 인물들을 직접 인터뷰했고 기업과 관련된 각종 신문기사와 내부 보고자료를 입수해 분석에 활용했다. 인터뷰는 4∼8주 간격으로 총 135회 진행해 변화의 과정과 동인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연구 결과, 신임 대표이사들은 취임 이후 곧바로 임원들을 교체하는 강수를 두기보다는 일단 그 아래 스태프 부서의 관리자를 자신의 편으로 채우는데 주력했다. 취임 초기에는 신임 대표에 대한 조직의 신임이 약하기 때문에 임원들을 무리하게 교체하면 이사회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이들을 보좌하는 관리자들을 자기 사람으로 채우는 것은 일종의 우회 전략이다. 이들은 주로 자신의 이전 직장이나 이전 부서의 동료, 부하직원 등을 부서 관리자로 영입하거나 독립적인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영입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면서 우호세력을 확보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연구 대상인 기업에서 나타난 이런 행보는 신임 대표와 임원들 사이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주요 의사결정에서 배제된 임원들은 조직 내 지위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고 일부는 아예 조직을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신임 대표와 적극 교류하며 잔류를 택했다.
유럽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 세부적인 내용이 국내 상황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연구의 핵심은 조직 내 권력 관계의 변화가 야기하는 구성원 사이의 긴장관계를 이해하고 이를 새로운 전략 추진의 동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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