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 옛 어판장 거리의 수협창고는 1998년부터 20년째 빈 공간으로 방치돼 있다. 원래 어선들이 내리는 해산물로 가득 찬 곳이었지만 항구가 쇠퇴하면서 생선창고의 기능을 잃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7∼12월)부터는 이 건물을 지역 창업가들을 위한 사무실과 창업지원 공간으로 바꾸는 리모델링 작업이 시작된다. 군산시가 이곳을 사들여 구도심 재생의 거점 공간으로 삼기로 한 것이다.
올해 7월부터 전국 33곳의 도시재생 사업지구에서 이 같은 방식의 유휴시설 재생 프로그램이 추진된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도심의 빈집과 빈 점포, 창고 등을 사들여 상가·문화·복지시설이 결합된 ‘도시재생 허브’로 꾸민다는 구상이다.
이들 시설의 운영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모집될 ‘국토교통형 예비사회적기업’이 주로 맡는다. 도시재생과 연계된 지역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 빈집 사들여 ‘도시재생 허브’로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강원 강릉시, 전북 군산시 등 전국 33곳에서 ‘도시재생 어울림 플랫폼’ 등 총 45개의 도시재생 거점 공간을 세울 계획이다. 이들 시설은 지자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빈집, 빈 건물 등을 사들인 뒤 민간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개발된다. 특별·광역시는 중앙정부가 매입비용의 50%를, 이외 지역에서는 60%를 분담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업, 복지, 문화, 주거 기능 등 그동안 낙후된 도심에서 외곽으로 빠져나갔던 기능들이 이곳에 집중적으로 배치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정부는 이들 공간의 30% 이상을 공공 기능에 할당할 계획이다. 청소년문화센터 보육센터 등 유동인구를 모을 만한 복지센터가 대표적이다. 세종 등 일부 지자체는 지역 대학 등과 연계해 청년창업 공간 등도 조성할 예정이다. 대학이 주민 대상 강연 등을 여는 ‘다운타운 캠퍼스’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울림 플랫폼의 일부 공간은 상가와 임대주택으로 구성된다. 상업시설의 경우 지자체가 주변 시세의 80% 이하 가격에 임대한다. 일부 점포는 리모델링을 거쳐 민간에 분양된다.
○ “도시재생 주도할 ‘스타트업’ 모집”
국토부는 이와 함께 이들 플랫폼을 운영할 지역 사업자를 육성할 방침이다. 낙후 지역의 젊은이들이 자기 고장을 떠나지 않고 도시재생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처음으로 국토교통형 예비사회적기업을 모집할 계획이다. 이들 사회적기업은 어울림 플랫폼 등 도시재생으로 신설되는 각종 시설에 입주할 수 있는 우선권을 갖는다. 향후 지자체와 정부가 발주하는 지역 재생사업에 입찰할 때도 가산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예컨대 정부는 예비사회적기업에 선정된 건축사 등을 지역 도시재생 사업에 필요한 건물 설계 등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이 끝난 뒤에도 임대주택 관리, 지역민 대상 문화교육 프로그램 등에 이들 스타트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윤의식 국토부 도시재생사업기획단 기획총괄과장은 “규모가 작은 도시재생 공사에는 중견, 대형건설사가 참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지방 중소 사업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지역 일자리도 창출하는 효과를 모두 얻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 데는 깐깐한 심사 절차가 따른다. 유급 근로자를 3개월 이상 고용해야 하고 수익의 3분의 2 이상을 공공성을 띤 목적에 재투자하는 등의 조건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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