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국채 금리 고공행진… 국내 증시 상승세 찬물 끼얹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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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글로벌 국채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강세장에 올라탄 국내외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안전자산인 국채로 투자자금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 못지않게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발판으로 국내외 증시가 추가 상승할 여력이 많다는 의견도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일(현지 시간) 2.852%까지 치솟았다. 2014년 1월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지난주에만 미국 국채 금리는 0.191%포인트 상승해 2016년 11월 이후 주간 기준으로 가장 많이 올랐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도 2년 5개월 만에 0.7%대로 올랐다.

이 여파로 뉴욕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2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54% 하락하며 25,520.96에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은 하락률은 2016년 6월 이후 가장 컸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고공 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국채 매입을 줄이기 시작했고, 주요국 중앙은행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조만간 3%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재무부가 올 1분기(1∼3월) 국채 매입을 줄이고 순발행 규모를 4410억 달러(약 479조 원)로 늘리기로 했다.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 금리 상승에 따라 국내외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험자산인 증시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3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어 신흥국 증시에서 투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커졌다”고 우려했다.

국내 증시도 글로벌 국채 금리가 급등한 지난주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거셌다. 이로 인해 2,600 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2,525.39까지 밀렸다. 특히 회사채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수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156개 상장사의 증권사 영업이익 전망치는 47조9619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4.8% 줄었다. 국내 국고채 금리가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하면서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도 꾸준히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2조2029억 원, 12월 3조5077억 원에 이어 올 1월에도 1조1916억 원이 순유출됐다. 국내 10년물 국채 금리는 2일 2.76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호조를 띠고 있기 때문에 채권 금리 급등에 따른 주가 하락세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여전히 한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해외 IB 7곳 중 5곳이 한국 증시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내놨다. 글로벌 경기 호조로 동반 상승 가능성이 높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으로 기업 투명성과 주주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은 연말 코스피가 최대 3,0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고, 골드만삭스와 크레디스위스는 2,900을 예상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채권 금리 상승에 따라 주가가 출렁일 때를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며 “2, 3월에는 은행, 보험 등 금리에 민감한 종목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국채#금리#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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