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떤 타자를 칭찬하기만 하면 그 다음 타석에는 꼭 잘 못 친단 말이죠. 이번 타자도 제가 칭찬을 했으니 잘 못 칠 겁니다.” 구수한 입담으로 인기가 높았던 한 프로야구 해설위원이 종종 이런 예측을 하곤 했다. 그 해설위원이 칭찬만 하면 타자가 삼진을 당하거나 병살타를 치는 것이다.
TV 해설자의 칭찬을 받은 선수의 타격이 나빠지는 것은 해설자가 비상한 예지력을 가졌거나 타인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초능력을 가졌기 때문은 당연히 아니다. 이것은 통계적 현상인 ‘평균 회귀’의 대표적 사례다.
어떤 측정에서 한 번 유독 높은 점수가 나왔을 경우 다음번에는 그보다는 낮은, 즉 평균에 가까운 점수가 나올 확률이 높다. 원래 야구에서 타자는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기 어렵다. 아주 잘해야, 10번 중 3번 안타를 치는 정도다. 따라서 최근에 아주 잘 치던 타자가 해설자의 칭찬을 받은 직후 범타로 물러나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 아니다.
‘2년 차 징크스’는 어떤가? 데뷔 첫해에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가 다음 해에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하면 ‘신인 주제에 조금 유명해졌다고 바람이 들어서 성적이 떨어졌다’는 비난이 가해지곤 한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징크스도, 저주도 아니다. 첫해에 그 선수가 드물게 좋은 ‘인생급’ 성적을 거둔 것이고, 다음 해엔 원래 본인 실력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한 것일 뿐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점이다. ‘칭찬을 했더니 선수가 으쓱해져서 플레이가 나빠졌고, 된통 혼냈더니 정신 차려서 더 좋은 플레이를 했다’고 믿는 스포츠 지도자가 많다. 그게 훨씬 흥미롭고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설명이니까.
지도자는 평균 회귀 현상이 단순한 통계적 사실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알아야 한다. 어떤 선수가 평소보다 아주 좋은 플레이를 했다면 실력이 순식간에 좋아져서라기보다 운이 많이 따른 것이고, 평소보다 형편없는 플레이는 운이 매우 나빴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음번 플레이에서는 원래 본인 실력으로 돌아가는 게 자연스럽다.
기업의 리더도 마찬가지다. 조직원을 평가할 때 운의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에 따르면 역량 관련 요인과 성공의 상관관계는 30% 정도다. 나머지는 운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즉, 운칠기삼(運七技三)이다. 실력도 없고 노력도 안 한 사람이 단지 운이 좋아서 능력도 출중하고 성실한 사람보다 종종 더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물론 좋은 성과를 거두는 데 노력과 역량도 중요하다. 하지만 운이 더 중요할 때도 많다. 아무리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고 최고의 역량을 투입했다고 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운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니까.
결국 임직원의 성과만 가지고 인사평가를 하고 보상을 결정하는 것은 운 좋은 사람 월급도 더 주고 승진시키자는 것과 같다고 해도 지나친 과장은 아니다. 운이 좋은 사람에게 과도한 보상을 하게 만드는 ‘성과 위주의 인사·보상체계’보다는, 업무능력과 노력을 정확하게 평가해 반영하는 ‘과정 중심의 인사·보상체계’가 더 공정하다. 직원들에게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측면에서도 이런 제도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ykim22@snu.ac.kr /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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