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 M&A-투자 직접 챙겨
네이버, 유럽시장 겨냥 佛진출 가속… 현지 스타트업 투자-육성에 집중
카카오, 日 콘텐츠 플랫폼사업 활발… 넥슨, 북미-유럽 투자처 발굴 주력
넷마블, 中 게임시장 동향 주시… 엔씨, 매출액 17% R&D 쏟아부어
네이버와 카카오,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 5곳이 총 10조 원 규모의 현금 실탄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업들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적극적으로 글로벌 현장을 챙기고 있어 올해 대대적인 투자 유치 소식을 전해 올 것으로 기대된다.
5일 동아일보가 지난해 3분기(7∼9월) 현재 네이버, 카카오,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등 한국을 대표하는 IT기업 5곳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업들이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순현금 규모는 94억6225만 달러(약 10조296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순현금은 현금과 현금성 자산에서 차입금을 뺀 금액으로 회사를 당장 청산해도 석 달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돈을 일컫는다. 순현금이 많을수록 M&A 등 투자 여력이 높다.
네이버는 2016년 7월 라인 미국·일본 동시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시장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네이버는 현지 IT 생태계에 편입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이버는 ‘유럽인들이 보기에는 외국 회사지만 유럽 기업 같은 느낌을 주는 회사’라는 모토를 내걸고 현지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프랑스에 체류하다시피하며 현지 투자에 전력을 쏟고 있다. 2017년 6월 프랑스 공공창업 보육센터 아고라노브, 세계 최대 전자음악연구소 일캄(IRCAM), 애니메이션 전문학교 고벨린스스쿨 등을 두루 방문하며 현지 창업 생태계를 체험하고, 음성인식 등의 기술 수준을 살펴봤다.
이어 지난해 10월 프랑스 정부 산하 공공투자은행 BPI프랑스의 최고경영자(CEO) 니콜라 듀포르크, 프랑스 경제재정부 정무장관 벤자맹 그리보와 두루 미팅을 하면서 투자 의지를 내비쳤고, 현지 출판업체인 아셰트 리브르의 의장 겸 CEO 아놀드 노리와 만나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카카오의 시야는 일본을 향해 있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일본을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그는 2017년 11월 자회사 카카오재팬의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돼 회사 경영을 직접 챙기고 있다. 카카오재팬이 서비스하는 모바일 콘텐츠플랫폼 픽코마의 성과를 올리고 콘텐츠를 통한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이사회 임원을 자처한 것이다.
카카오는 2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1조 원 규모의 글로벌 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 및 상장해 자금을 수혈했다. 이 중 9000억 원은 게임, 웹툰, 음악, 동영상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등을 M&A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국내 주요 IT 기업 중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회사는 넥슨이다.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는 수행원 없이 북미, 유럽 등을 돌아다니며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주요 인사, 혁신 기업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투자처를 발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에는 김 대표가 미국 실리콘밸리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북미에서는 블록체인이 화두’라는 동향을 접하고 관심을 이어오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을 인수하기도 했다. NXC는 지난 달 주식 1000만 주를 매각하며 3530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는데, 이 역시 M&A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게임즈는 2017년 5월 유가시장 상장 공모자금을 바탕으로 올해 공격적인 M&A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준혁 의장은 지난해 7월 중국 최대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를 직접 찾아 게임시장 동향을 눈여겨봤다. 그는 모바일 중심의 자사 게임 플랫폼을 다각화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게임과 관련된 차세대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단행,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신설된 글로벌 최고창의력책임자(CCO) 직책을 겸임하며 사내 모든 게임 프로젝트를 관장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7%(지난해 3분기 기준)로, 시가총액 선두 기업 삼성전자(7%), SK하이닉스(8.5%), 현대자동차(2.2%)보다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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