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일손부족-한국 취업난 맞물려
정보통신-도소매업 진출 급증… 지난해 8000명 늘어 5만6000명
일부는 저임금 혹사 ‘블랙기업’ 피해
올해 영진전문대를 졸업하는 추승협 씨(25)는 4월 도쿄의 일본 정보기술(IT) 대기업 젠켄 입사가 결정돼 출국 준비에 한창이다. 추 씨는 “일본 취업 준비반에 들어가 2년 동안 일본어와 전공을 집중적으로 공부한 결과”라며 “한국에 비해 대우와 근로환경이 낫다고 들었다”고 기대했다. 젠켄은 지난해 캠퍼스를 찾아와 면접을 하는 등 공을 들인 끝에 올해 이 대학 출신 2명을 선발했다.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이 처음 5만 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감소와 경기 호전에 따른 일본의 일손 부족 현상이 한국의 취업난과 맞물리면서 매년 일본에 취업하는 한국인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최근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외국인 고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은 5만5926명으로 전년(4만8121명)보다 8000명 가까이 늘었다. 증가폭은 사상 최대이며 5만 명을 넘은 것도 처음이다. 일본 취업자는 2008년만 해도 2만여 명에 불과했으나 9년 만에 2.7배로 늘었다. 특히 한국의 취업난이 극심해진 2013, 2014년부터 크게 늘었다.
업종별로 보면 정보통신 분야가 7721명으로 전년 대비 18% 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4차 산업혁명 본격화로 일본에서도 정보통신 기술자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젊은층에선 근무시간이 길다는 등의 이유로 이 분야를 기피한다. 이 틈을 한국 취업자들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도·소매업(1만1705명), 숙박·음식 서비스업(7949명) 분야도 크게 늘었다. 이를 두고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비용 항공사의 취항이 늘면서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714만 명으로 전년(509만 명) 대비 40% 이상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관광객 대상 숙박시설과 음식점 체인 등에서 한국인을 많이 채용했다는 것이다.
일본에 취업하는 한국 청년이 늘면서 양국에선 관련 취업설명회가 연중 열리고, 마이나비나 파소나 같은 일본 취업정보회사도 한국 지사를 경쟁적으로 열고 있다. 대학이나 취업학원에서 일본 취업 전문반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한때 영어와 중국어에 밀렸던 일본어도 인기가 부활하는 추세다.
취업이 늘면서 일부이지만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블랙기업(직원을 혹사시키는 기업)에 취업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김진희 KOTRA 도쿄무역관 K-무브 팀장은 “일본 기업평판조회 사이트만 참고해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고용계약서의 근무조건 등을 꼼꼼히 체크하고 의문이 있으면 취업규칙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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