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 은행권에 이어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채용비리 현장 점검에 나선다. 보험, 증권, 카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가운데 외국계 기업을 제외한 70여 곳이 검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6일 “이르면 3월부터 제2금융권의 채용 과정에 대한 현장 검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현재 검사 시기와 방법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과 달리 제2금융권은 보험, 증권, 여신전문회사, 저축은행 등으로 업권이 다양해 업권별로 순차적으로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10, 11월 제2금융권 회사들도 은행권과 함께 자체적으로 각 사별 채용 시스템에 대한 점검을 벌인 뒤 “이상이 없다”는 내용의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했다. 하지만 현재 은행권은 자체 점검 결과와 달리 금감원의 현장 검사를 통해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에서 총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이 발견돼 검찰이 수사 중이다.
제2금융권에 대한 금감원 현장 검사는 시중은행과 다른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오너(주인)가 없고 공공적 성격이 큰 은행들과 달리 제2금융권은 대부분 지배적인 대주주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 롯데그룹의 금융 계열사처럼 일반 대기업 그룹에 속한 ‘기업계’ 회사도 많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제2금융권은 경영진이 곧 대주주인 경우가 많아 채용에서도 더 큰 자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설령 청탁에 따른 채용이 있었다고 해도 배임 혐의 등을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제2금융권에 적합한 조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하나은 “VIP 리스트 55명, 내부 게시판 통해 추천받아” ▼
한편 채용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하나은행은 55명의 이름이 담긴 이른바 ‘VIP 리스트’에 대해 “55명은 은행 내부 게시판을 통해 직원, 주요 거래처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우수 인재들이다. 이 때문에 서류 통과의 기회를 줬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나은행 임원이 2일 의원실을 방문해 이같이 해명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SKY’ 대학 출신자의 점수를 올리고 합격권 내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를 불합격시킨 것에 대해서 “연세대와 고려대는 은행 입점 대학이고, 서울대의 경우 합격자가 1명도 없어 우수 인력 채용 차원에서 점수를 조정해 합격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심 의원실을 찾아가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종손녀가 서류 전형과 실무 면접에서 하위권을 기록했는데도 임직원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데 대해 “채용 전형 단계마다 ‘제로(0)베이스’에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특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정상적인 인사 지침과 채용 규칙이 존재하지도 않고, 공개된 공채 기준과 다른 기준을 적용해 채용하는 것은 사회와의 약속을 파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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