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편지 배달이 급감하고 소포가 늘어나는데 우체국 집배(集配) 시스템은 아직도 ‘편지 패러다임’에 갇혀 있습니다. 소포 배달을 편리하게 하고 집배원 안전을 위해 전기차로 전면 바꿀 겁니다.”
강성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장(53)은 최근 서울 광화문우체국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매주 전국 각지의 우체국을 방문해 집배원 오토바이를 타면서 현장 파악에 나서고 있다. ‘우문현답’, 즉 ‘우체국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혹한기에 오토바이를 탔는데 입안이 얼얼하더군요. 오토바이 안전사고도 종종 발생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편지량은 급감하고 소포 택배가 급증하는데 오토바이에 크고 작은 소포택배를 한꺼번에 싣는 것도 무리죠.”
강 본부장이 오토바이의 대안으로 꺼내든 건 ‘꼬마 전기차’다. 오토바이는 기동성이 높아 좁은 골목길을 다니기에는 좋지만 우편물을 35kg만 실을 수 있다. 편지 시대에는 문제없었지만 소포 택배가 더 많은 최근에는 집배원들의 힘이 부친다는 것.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등 사고가 잦은 점도 문제다. 반면 초소형 전기차는 총 200kg을 실을 수 있고, 차량 내부에서 냉난방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어서 너무 덥거나 추운 날씨에 대비할 수 있다.
전기차는 대당 592만 원으로 오토바이(261만 원)보다 비싸다. 하지만 오토바이는 3년마다 교체해야 하는 특성상 연간 189만 원이 들지만 전기차(8년 사용)는 연간 151만 원이 든다는 점에서 경제성도 좋다는 설명이다.
그는 “상반기(1∼6월) 50대를 시작으로 올해 1000여 대를 도입한 뒤 2020년까지 총 1만여 대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집배원 오토바이가 1만5000여 대 다니는 점을 감안하면 오토바이의 3분의 2가 전기차로 교체되는 셈이다.
강 본부장은 “오토바이 외에도 편지 패러다임에 갇힌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우체국 접수창구 높이가 성인 허리 높이로 어르신이 소포 택배를 들어올리기 힘든 게 대표적이다. 집배원 작업복 주머니도 최근까지는 편지 정도만 넣을 수 있는 정도로 작았고 우편물을 분류하는 팔레트(트럭이나 컨테이너 등에 옮길 때 사용하는 용기) 역시 편지를 실어 나르는 데 맞춰 제작되어 우편물 분류 작업에 손이 많이 간다는 것. 그는 “소포 택배 시대에 맞게 불편함을 순차적으로 개선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첨단 기술을 접목한 집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그의 중요한 임무다. 우선 부산 아파트 단지에 우체국 무인(無人)접수 창구, 일명 ‘택배방’을 개설할 계획이다.
“소포 택배를 저울에 얹으면 무게 등이 라벨로 인쇄되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이죠. 주민들이 가까이에서 우체국을 이용할 수 있고, 집배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죠.”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로 물류량을 예측하고 사물인터넷(IoT)을 활용, 바코드를 통해서 배송 상황을 추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3, 4년 내에 ‘배달로봇’ 도입도 염두에 두고 있다. 배달로봇이 탑재된 초소형 전기차가 집배원을 따라다니면서 함께 배달하는 방식이다. 도서 산간 지역에 드론을 띄워 우편물을 배달하는 드론 배송도 본격 추진한다. 지난해 말 전남 고흥 득량도와 강원 영월에서 시범적으로 드론 배송을 하는 데에 성공했다.
강 본부장은 “금융 사업 부문(우체국 금융)에서도 현재 인터넷은행인 K뱅크에 투자한 것을 넘어서서 핀테크 분야에서 ‘메기(다른 경쟁자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새 경쟁자)’가 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와 블록체인 등 금융 신기술을 도입해 차세대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는 우편사업이 7년째 만성적자를 나타내고 있지만, 우체국 금융 혁신으로 적자를 메우겠다는 전략이다. 강 본부장은 “궁극적으로는 손익 0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체국이 민간 물류 회사와 과도하게 경쟁하는 것을 지양하고 적정 수준의 이익만 취할 예정입니다. 물류 산업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면서도 도서 산간 지역에서 촘촘한 배달망을 통해 국민 옆에 바로 우체국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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