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상의 임직원들이 싱가포르 몰려간 까닭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8일 03시 00분


이은택·산업1부
이은택·산업1부
“공부합시다. 책으로만 말고 직접 다니면서.”

올 들어 대한상공회의소 임직원들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에게 결재서류를 들고 올라갔다가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우리가 그래도 경제단체인데 10년 뒤 기업들이 뭘 먹고살아야 할지 정보도 주고 안내도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아는 것이 없어요. 어디든 가서 좋은 게 있으면 직접 보고 옵시다.”

박 회장의 주문에 고민이 깊어진 대한상의는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에 ‘혁신’을 공부할 수 있는 나라를 수소문했다. 맥킨지는 싱가포르, 미국 실리콘밸리, 그리고 중국 선전(深(수,천))을 추천했다. 세 곳 다 첨단 정보기술(IT) 및 금융 기업과 스타트업이 둥지를 튼 곳이다.

7일 김준동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임직원 10여 명은 싱가포르로 떠났다. LG화학에서 품질 혁신을 담당하는 이상옥 상무 등 기업인 10여 명도 동행했다. 최근 싱가포르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제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도 대거 유치했다. 2014년부터 이미 국가 주도로 4차 산업 육성정책 ‘스마트네이션’을 추진 중이다. 핀란드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자율주행차를 법적으로 완전히 허용한 국가이기도 하다. 핀테크(금융기술) 산업은 규제가 거의 없어 무한 성장 중이다. 대한상의 임직원의 다음 달 ‘공부’ 행선지는 미국 실리콘밸리다.

얼마 전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대한상의 강연에서 “교수를 하다 부처에 와보니 공무원들은 아직도 인사고과에만 매달려 있더라. 부처 간 장벽이 만리장성”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 혁신이나 융합정책이 제대로 안 되는 이유를 한탄한 말이다. 기업인이 ‘혁신 공부’하러 떠나는 길에 공무원도 함께하는 것은 어떨까.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대한상공회의소#싱가포르#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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