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변속기 개발한 현대-기아車 연구팀
기존 변속기보다 마찰면적 줄여… 연료효율 높이고 부피-소음 최소화
2월 출시 ‘올 뉴 K3’에 탑재
“전기차에도 쓰일 변속기 만들것”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임기빈 변속기개발실장(앞쪽)이 세계 최초로 소형차용으로 만든 체인형 무단 변속기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제공
현대·기아자동차는 최근 세계 최초로 소형차에 들어가는 체인형 무단 변속기를 내놓았다. 새 변속기 개발은 2년여 만이다. 전기차 시장이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연기관에 쓰이는 변속기 연구가 필요한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나온 성과다.
최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 만난 임기빈 변속기개발실장은 “새로 개발한 변속기에는 전기차 시대가 가져온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변속기는 엔진과 함께 자동차 동력기관을 이루는 핵심이다. 이번에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새 변속기는 무단 변속기라 불리는 CVT(Continuous Variable Transmission)의 일종이다. CVT는 5단에서 최대 10단으로 나뉘는 기존 변속기와는 달리 단 구분이 없다. 새 변속기는 종전 CVT보다 연료소비효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현대·기아차가 새로운 CVT를 내놓은 것은 기아차 레이와 모닝에 들어가는 CVT를 만든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성능을 개선했다는 의미를 담아 IVT(Intelligent Variable Transmission)라 이름 붙인 변속기는 이달 출시되는 K3 완전 변경 모델인 ‘올 뉴 K3’에 최초로 적용된다.
IVT가 공개된 후 현대·기아차 내부뿐만 아니라 국내외 자동차 업계에서는 적잖은 관심을 보였다. 일반 변속기는 크기가 다른 톱니바퀴를 바꿔 돌아가게 하며 변속한다. 무단 변속기는 변속을 수행하는 부품이 벨트다. 대부분의 무단 변속기에는 원형 벨트가 쓰이는데 IVT는 체인형 벨트로 바꿔 마찰 면적을 줄였다. 심휴태 현대·기아차 자동변속기설계팀장은 원형 벨트를 들어 보이며 “둥그런 벨트를 두 개 축에 걸고 돌리려면 타원형으로 모양을 변형시켜야 하는데 그만큼 에너지가 더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체인형 무단 변속기는 원형에 비해 연료효율이 2.6% 높아졌다.
기존 체인형 무단 변속기는 닛산, 스바루 등에서 만든 중대형 차에만 들어갔다. 소형차에 넣은 건 현대·기아차가 처음이다. 같은 크기로 마디마디가 나뉜 체인이 벨트처럼 돌아가다 보면 소음이 증폭되므로 내부 공간이 좁은 소형차에 넣기 힘들었다. 현대·기아차는 체인 마디 크기를 달리함으로써 소음을 최소화했다.
체인형 무단 변속기는 기존 K3 변속기 대비 연비가 4.2% 향상됐다. 올 뉴 K3에는 변속기뿐만 아니라 엔진도 신형 감마2엔진이 처음 장착됐다. 새 변속기와 엔진이 결합하며 올 뉴 K3는 기존 K3보다 연비가 10% 이상 개선됐다. 공식 인증된 연비는 L당 15.2km다.
연료효율을 높이는 것은 내연기관차뿐만 아니라 전기차에도 중요하다. 전기차는 주행을 시작하고 처음에는 가속력이 뛰어나지만 모터 회전수가 증가하면서 효율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이때 회전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감속기가 필요하다. 변속기와 큰 원리가 같다.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변속기와 엔진 등 내연기관차 동력기관을 개발하는 기술력을 전기차 개발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에 함께 쓸 수 있는 변속기를 개발 중이다. 기본 변속기 뼈대에 부품을 갈아 끼우는 방식으로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모두에 사용할 수 있는 변속기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기존에 축적한 기술 노하우에 시장 변화에 맞춘 신기술 연구를 더해 전기차 시대의 활로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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