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간을 주거·상업지역 등으로 나눈 현행 ‘용도지역제’ 대신 구(區)별로 필요에 따라 토지이용 계획을 짜서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나왔다. 용도지역제가 도입된 지 50년이 넘은 만큼 인구 감소, 도심 노후화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토연구원은 7일 ‘용도지역제의 문제점과 향후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도시화가 빠르게 이뤄지던 시기에 만들어진 용도지역 구분이 요즘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용도지역을 변경하려면 도시기본계획 자체를 바꿔야 하는데 이 과정에만 최장 2년 6개월이 걸려 상황 변화에 맞는 유연한 제도 운영이 어렵다고 밝혔다. 또 용도지역을 정해 놨지만 준농림지역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농지에서 택지나 공장 토지로 바뀔 수 있는 회색지대도 적지 않아 오히려 난개발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지방 등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선 도심 개발을 억제하기보다 대중교통이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고밀도 압축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의 경우 도심 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인구를 끌어 모을 수 있는 신규 개발이 필요하지만 현행 용도지역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또 도시 전체의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해 운용하기보다는 소규모 지역별로 토지이용계획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조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수립되는 도시기본계획과 용도지역 대신 구 단위의 토지이용 계획을 수립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지역 수요에 맞는 탄력적인 토지이용을 위해 민간 사업자가 개발 계획을 제안하면 구청과 주민 자치기구가 심의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용도지역제는 1962년 도입됐으며 도시 공간의 기능이 중복되지 않도록 땅의 용도와 건물의 높이, 용적률 등을 규제하는 제도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는 크게 주거·상업·공업·녹지지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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