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뱅크 경쟁, KB금융 웃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9일 03시 00분


작년 신한금융 꺾고 9년만에 탈환

KB금융그룹이 지난해 국내 금융그룹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두며 신한금융그룹에 내줬던 ‘리딩뱅크’ 자리를 2008년 이후 9년 만에 탈환했다. KB금융지주 출범 이래 처음으로 순이익 ‘3조 클럽’에도 진입했다.

두 금융그룹의 리딩뱅크 타이틀 경쟁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다음 달 취임 1년을 맞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다. 윤 회장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이 승리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KB금융, 3조 클럽 첫 진입

KB금융은 2017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54.5% 증가한 3조3119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하루 앞서 실적을 발표한 신한금융(2조9179억 원)보다 4000억 원 가까이 많은 규모로, 명실상부한 1등의 자리를 굳혔다. 지난해 KB금융은 국내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3조 클럽에 들었다.

이 같은 실적은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이자 이익이 대폭 늘어난 데다 M&A를 통해 비(非)은행 계열사의 이익 기반을 넓힌 덕분이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대출 증가에 힘입어 전년보다 125.6% 늘어난 2조175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1.71%로 전년 대비 0.13%포인트 올랐다.

2016년 말 통합 출범한 KB증권에 이어 지난해 4월 완전 자회사(지주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로 편입된 KB손해보험, KB캐피탈 등도 두둑한 이익을 안겨줬다. 3개 자회사는 지난해에만 7228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룹 내에서 비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순이익 비중은 2016년 28.5%에서 지난해 34.3%로 대폭 늘었다. 계열사 편입 등의 효과로 KB금융의 총 자산규모 역시 376조 원에서 437조 원으로 16.3% 증가해 신한금융(426조 원)을 제쳤다.

이를 두고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적극적인 M&A 전략을 펼친 윤종규 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회장은 취임 후 “1등 그룹의 위상 회복”을 강조하며 LIG손해보험, 현대증권 등 대어를 잇달아 사들였다.

○ 신한, 9년 만에 1위자리 내줘

조용병 회장이 취임 1년째 받아든 성적표도 수치상으로 그다지 나쁘지 않다. 지난해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2011년(3조1000억 원) 이후 6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희망퇴직 등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데다 주요 계열사들이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결국 리딩뱅크 타이틀을 뺏기게 됐다. 특히 2011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순익 3조 원을 넘긴 뒤로 3조 클럽에 한번도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순이익이 1조7110억 원으로 전년보다 11.8% 줄어든 영향이 컸다. 희망퇴직금, 대우조선해양 및 금호타이어 등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 일회성 비용 4500억 원이 반영된 결과다.

기관 영업이 부진했던 점도 은행 수익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신한은행은 10년간 지킨 경찰공무원 주거래은행 자리를 국민은행에 뺏겼고, 2007년부터 맡아온 국민연금 주거래은행도 우리은행에 내줬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전년대비 27.6% 상승한 9138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몸집 불리기에 성공하면서 승리를 거뒀다”며 “은행권의 M&A 경쟁이 앞으로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1조512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늘었다고 발표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리딩뱅크#kb금융#신한은행#윤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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