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e편한세상 광교’ 아파트의 시세는 최근 두 달 새 2억 원 넘게 올랐다. 이 단지 전용면적 119㎡형은 지난해 말까지 8억5000만 원 정도에 팔렸지만 이달 초에는 10억2000만 원에 거래됐다. 최근 호가는 11억 원까지 올랐다. 이의동 광교중흥공인중개소 대표는 “전세를 살던 실수요자들이 최근 서울 강남권의 집값 상승세를 보고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시장 활황세에서 비켜서 있던 경기 남부 신도시 지역의 집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매주 0.5% 안팎으로 가파르게 오르자, 분당·위례신도시(이상 성남시) 등 강남 인접지역을 넘어 광교(수원시)·평촌신도시(안양시) 등으로도 매수세가 옮겨 붙고 있다. ● 광교 집값 상승률 5개월 만에 서울 제쳐
1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5~9일) 광교신도시 아파트 매매가는 0.69%로 수도권 신도시 중 분당(0.75%) 다음으로 높았다. 한 주 전(0.37%)보다 상승폭이 배 가까이 커졌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의 상승률(0.57%)보다도 0.12%포인트 높다. 광교의 주간 아파트 상승률이 서울을 앞선 것은 ‘8·2 부동산대책’의 영향이 뚜렷하던 지난해 9월 셋째 주(2017년 9월 18~22일) 이후 20주 만이다.
과천시 등 경기 동남권의 다른 신도시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천의 경우 최근 일부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진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난주 평균 매매가가 1.5% 뛰었다. 평촌신도시 역시 연초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난주엔 0.26% 오르는 등 반등하고 있다.
분당·위례·판교신도시 등은 지난해 하반기(7~12월)에 시작된 오름세를 연초에도 굳혀가는 모습이다. 분당·위례 아파트값은 올 들어 6주(1월 1일~2월 9일) 사이에만 각각 4.00%, 4.44% 상승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4.69%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 강남·분당 급등세에 실수요자 ‘남쪽으로’
부동산 시장은 ‘대세 상승기’ 동안 잠잠하던 경기 남부, 특히 동남권 시장의 분위기가 올 들어 바뀐 데 주목한다. 광교, 평촌신도시 등의 집값은 강남지역이 폭등세를 보이던 지난해에도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광교를 낀 수원시 영통구와 안양시 아파트 매매가는 각각 1.23%, 3.26%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강남4구(강남 강동 서초 송파구, 6.63%)나 분당구(7.22%)에는 턱 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공인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서울 집값이 단기간에 많이 오르자 강남에 직장을 둔 사람들이 교통여건이 비교적 양호한 신도시에서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영통구 원천동 G공인중개소 대표는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광교 아파트값이 위례·판교 등에 비해 3억~4억 원 낮다”며 “판교테크노밸리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아파트를 구하지 못하고 지하철 신분당선 광교역 주변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 등 각종 정부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것도 이들 지역 시장에 호재가 됐다. 정부는 지난해 8·2대책 때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9·5 부동산대책’을 통해 분당을 투기과열지구에 포함시켰다. 여기에서 제외된 광교·평촌신도시와 용인시는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투자 목적의 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정부가 언제든 투기과열지구 등을 추가로 지정할 수 있다”며 “신도시 지역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떨어지는 추세여서 전세와 대출을 끼고 여러 채를 사는 방식의 소위 ‘갭투자’는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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