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이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한국GM의 경영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실사에 나선다. 불투명했던 한국GM의 경영 전반을 명확하게 들여다본 뒤 자금 투입 등의 지원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한국GM과 계열사 간 납품가격 문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고금리 대출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13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이동걸 산은 회장은 7일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을 만나 한국GM의 경영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외부기관 실사를 요구했다. 또 한국GM의 불투명한 경영 및 회계 처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산은이 16년간 2대 주주로 있으면서 제대로 된 경영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엥글 사장은 사과의 뜻을 밝히고 경영 실사 및 자료 제공 등에 대해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GM의 회생을 위한 ‘실행 가능한 계획(viable plan)’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GM이 제출하는 자료와 회생 계획안을 보고 지원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실사를 통해 미국 본사가 한국GM에 과도한 비용을 청구해 경영위기를 초래했다는 의혹이 풀릴지 관심이 쏠린다. 가장 많은 의혹이 제기된 부분이 이전가격(글로벌 계열사 간 거래 가격)이다. 2014∼2016년 3년간 한국GM의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매출원가율)은 93.8%다. 국내 완성차 4개사(현대·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의 평균치인 80.1%보다 13.7%포인트나 높다.
이런 비정상적인 원가 구조의 원인으로 이전가격이 꼽힌다. 한국GM은 매출의 65%가 GM 계열사에서 나온다. 이 과정에서 한국GM이 핵심 부품을 비싼 가격으로 사와 완성차 또는 반조립차를 만들어 계열사들에 원가 수준에 납품했다는 의혹이 많다. 이 때문에 본사는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지만 한국GM은 약 3조 원의 적자가 누적돼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GM 본사가 한국GM을 대상으로 3조 원 규모(2016년 말 현재)의 대출을 해주면서 연 4.7∼5.3%의 높은 금리를 물린 것도 쟁점이다. 국내 은행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국GM에 대한 대출을 거절하자 본사가 고금리 대출을 해주면서 ‘이자 장사’를 했다는 것이다. 한국GM은 2013∼2016년 4년간 본사에 이자로만 4390억 원을 지급했다.
본사가 한국GM에 각종 비용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한국GM은 2014∼2016년 1조8580억 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입했고 이 중 대부분이 본사 개발비 분담금으로 들어갔다. 2014년 유럽에서 GM이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할 때 철수 비용 6640억 원도 한국GM이 대부분 부담했다. 또 한국GM은 본사에 회계, 세무, 내부감사 등의 업무 지원을 받으면서 2년간 1130억 원을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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