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창립된 미국의 스포츠 의류업체 언더아머는 별다른 자본이나 기술이 없이도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쟁쟁한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며 10여 년 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자 케빈 플랭크는 대학에서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했다. 그는 순면으로 제작된 내의가 땀을 흡수해 무거워지고 불편해지는 것이 싫어서 여성 속옷에 쓰이던 가벼운 합성소재로 내의를 만들었다. 이 제품이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언더아머가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지금은 연매출이 4조 원을 넘는다.
흔히 언더아머의 성공 비결은 차별화된 제품과 전략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과연 그럴까. 플랭크가 만든 합성소재 스포츠 내의가 독특한 발상의 산물이긴 했다. 하지만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따라하지 못할 제품은 아니었다. 특허의 보호를 받지도 않았다.
왜 언더아머 같은 기업은 살아남는가. 미국 텍사스주립대와 스페인 카탈란연구소(ICREA) 연구진에 따르면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 가장 큰 요인은 경영진의 ‘경쟁정보 역량’이다. 경쟁정보 역량이란 경쟁업체들이 무엇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능력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전략이나 누구도 진입하지 않은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만으로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언더아머 창립자 플랭크는 끊임없이 경쟁 기업의 상황과 행동을 간파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이 뛰어났다는 것이 연구진의 관찰 결과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국의 많은 기업이 기술 융합, 플랫폼화, 미래 먹거리, 신사업 발굴 등을 생존 키워드로 삼아 모든 분석 역량을 총동원해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기술, 트렌드, 미래시장 분석에만 너무 몰입된 게 아닌가 싶다. 시장의 승자는 결국 경쟁자들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판가름 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궁극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 못지않게 중국, 일본 등 눈앞의 경쟁 기업들의 움직임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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