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10∼12월) 국내 가계소득이 9개 분기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저소득층에 대한 무상 지원이 늘고,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2인 이상 가구의 실질소득은 431만4000원으로 2016년 같은 기간(424만7000원)보다 1.6% 올랐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가계 실질소득은 2015년 4분기 이후 8개 분기 연속 0%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하락하다 작년 4분기에 9개 분기 만에 처음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추진이 가계소득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 경제이슈 가운데 가장 기분 좋은 소식이 가계소득 증가”라며 “특히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난 것은 소득주도성장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국내 가계 가운데 1분위 가구(소득 하위 20% 미만)의 소득은 10.2% 늘었다. 하위 20% 저소득층의 소득은 2016년 한 해 내내 떨어지기만 하는 등 최근 줄곧 하락세를 보여 왔다. 이처럼 저소득층 소득이 늘어난 것은 정부가 무상으로 지원하는 소득을 의미하는 이전소득(10.1%)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가계소득 통계가 ‘장밋빛’으로만 가득 찬 것은 아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근로소득이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질임금 기준 지난해 4분기 국내 가계 근로소득은 284만5000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0.5% 감소한 수치다. 결국 지난해 가계소득 증가가 통상적인 근로소득 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이전소득 증가와 함께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재산소득 상승(9.5%)의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번 통계의 비교 대상인 지난해 4분기 가계소득 상황이 나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표가 좋아 보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난 만큼 분배 상황은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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