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협정 위반” 1심 판정
정부 “상소”… 방사능 검사는 계속
최종 패소해도 日과 수입분량 협상
한국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둘러싼 무역 분쟁 1심에서 일본에 패소했다. 한국 정부는 즉각 상소할 계획이지만 1심 판정이 번복될 가능성이 낮아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제한됐던 이 지역 수산물의 수입이 이르면 내년 말부터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본산 수산물 전체에 대한 정부의 방사능 검사는 계속돼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는 22일(현지 시간) 한국 정부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가 WTO 협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패널 판정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일본산과 다른 나라 식품의 방사능 오염 위험이 모두 비슷하게 낮다. 일본산만 수입을 금지하고 ‘기타 방사성물질’(핵종)에 대한 추가 검사 조치를 하는 것은 차별이자 필요 이상의 무역 제한 조치”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 정부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후쿠시마와 주변 8개 현의 일부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2013년엔 8개 현 전체 수산물 금지로 확대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2015년 5월 “전복 멸치 대구 고등어 등 28종의 수산물 수입 금지와 기타 방사성물질 검사 증명서 요구는 WTO 협정 위반”이라며 제소했다.
정부는 이번 판정에 대해 즉각 상소할 방침이다. 상소는 1심 판정이 공개된 뒤 60일 안에 할 수 있으며 상소심(최종심) 판정은 상소 제기 후 3개월 내에 나온다.
하지만 그동안 WTO 1심 결과가 상소심에서 뒤집힌 전례가 거의 없어 한국이 최종 패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9월경 상소심 결과가 나오면 한일 양국은 최대 15개월간 수입금지 해제 수준 등을 협의한다.
이런 절차를 고려하면 이르면 내년 말부터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수입이 재개되더라도 당장 우리 식탁에 방사능 오염 수산물이 오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수입 금지 조치가 전면 해제되지는 않는 데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전수조사는 계속 진행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일본산 수산물은 전량에 대해 1차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방사능 검사를 거친다. 해수부 산하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의 원산지 확인 단속 때도 추가 방사능 검사가 실시된다. 식약처가 2013년 이후 수입된 일본산 수산물 총 10만9300t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한 결과 방사능물질이 검출돼 반송된 물량은 총 5건, 20t이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분쟁에서 최종 패소한다고 해도 수입 단계의 방사능 전수조사는 계속 유지된다”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추가 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 외에 중국이 후쿠시마 근처 10개 현, 대만이 5개 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타 방사성물질 검사 증명서를 요구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일본이 자체적으로 출하를 제한한 품목만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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